- 김재영 기자
- 승인 2019.04.22 15:5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속도로 진행중인 우리나라의 고령화로 2030년대 경제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성장둔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년제 폐지 등을 통해 고령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펴낸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 고령인구가 감소하기까지 약 30여년간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뜻하는 고령인구 부양비는 1980년 약 10% 미만 수준에서 최근 20%로 상승해 2050년에는 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OECD 평균보다 약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고령인구부양비 2050년 73%
이재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의 속도와 기간을 감안할 때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며 “2050년에는 인구의 36%에 불과한 취업자가 전체 인구가 소비할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경제에서는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정체하거나 퇴보할 수 있으며, 자원 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정치적으로 증폭되면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나리오별 경제성장 전망 결과, 우리 경제의 향후 30년간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된다고 가정해도 경제성장추세가 2030년대 1%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로 인해 퇴장하는 근로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로 향후 30년간 경제활동참가율이 우리나라의 2017년 수준에서 고정될 경우 평균 경제성장률은 2021~2030년 2.0%, 2031~2040년 1.3%, 2041~2050년 1.0%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두 번째는 경제활동참가율이 남녀 모두 G7 국가들의 평균수준에 도달하는 경우 평균경제성장률은 2021~2030년 1.7%, 2031~2040년 0.9%, 2041~2050년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선진국 중 스웨덴 및 일본 형태의 고용구조로 근접하는 경우에도 성장추세의 유의한 수준의 개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청년·여성 경제활동 높이는 대책은 부족
이 위원은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생산성의 획기적 향상이 없는 한 출산율 제고, 여성이나 청년 등 대체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기존의 대응방식은 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추세의 개선을 위해서는 고령인구가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의 결론이다.
여성과 청년의 추가적 경제활동 참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상승하지 않는 한 205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현행 인구구조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0.2〜0.4%포인트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저출산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지만 출산율 제고가 당면한 고령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며, 장래 출생한 아이들이 핵심근로계층에 도달하기까지 30년이 소요되므로 출산율 제고 정책이 고령화에 대한 대응으로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장에서 연령차별 금지해야
그는 “노동 공급 측면에서 성장에 가장 유리한 고용구조는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생산가능인구 연령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행과 제반 제도를 재고하는 한편, 고령 노동에 대비한 인적역량 제고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장년 이후 경력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직업훈련체계(고용부 주관)와 평생교육체계(교육부 주관)를 결합해 새로운 평생 교육훈련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자 노동시장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열악한 실정”이라며 “사업장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동시에 연령이 고용보호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