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의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히는 백양사. 애기 단풍이 온 산을 홍엽으로 물들일 때, 이곳을 들러 본 적이 있는가? 인근하고 있는 내장사만큼 진입로의 단풍 숲이 길진 않지만 자생하는 단풍나무가 많아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대부분 여행객들은 백양사만 들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끝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백양사의 진면목을 보려면 산 중턱에 자리한 약사암에 올라야 하고 절집 뒤켠의 백학봉까지 발품을 팔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내장산보다는 백양사의 단풍에 애착이 더 간다. 단풍축제가 바로 끝난 즈음에 백양사에 발을 내딛었다. 진입로에서 백양사까지 단풍나무 숲길이 길지 않아 단풍 길이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인지 단풍철에도 내장산보다는 사람들이 덜 찾아든다. 하지만 수령 오래된 단풍나무는 오래전부터 거푸 그곳에 서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들이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터다. 처음에는 백양사 근처만 배회하다가 돌아 나오려는 생각에서였지만 유난히 맑은 날을 핑계 삼아서 멀리 산중턱에 바라보이는 약사암을 오르기로 한다.
단풍축제가 끝났다고 해도 따뜻한 가을 햇살 덕분에 많이 남아 있는 단풍잎들. 단풍 감상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여행이 더 활기가 돋는다. 주차장 앞의 연못과 백암산(741m)이 어루어진 풍광부터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 많은 사진가들이 연못 주변에 모여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그들을 비껴 천천히 단풍나무 숲길을 향해 걸어간다.
백양사 입구부터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연못과 쌍계루 정자, 기암과 단풍이 어우러진 백암산이 어우러진 풍광은 눈이 부셔 시릴 지경이다. 연못에 물골을 잇는 홍교. 홍교 다리 밑에는 무수하게 많은 낙엽이 떨어져 장관이다. 쌍계루 연못이나 홍교 주변의 풍광에 취해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드물다.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 홍교를 건너면 이내 경내지만 먼저 약사암으로 오른다. 오르는 길목 왼편에는 백암산의 대표적인 나무인 비자나무 숲(제 153호). 사철 푸른 비자나무. 열매는 좌판에서 팔고 있다. 아몬드처럼 생긴 열매지만 맛은 떫어서 약으로나 먹어야 할 정도. 조금 지나면 1603년과 현종 3년인 1662년에 나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특별히 제사를 올렸다는 국기단이 있다.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은 그곳에도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을 들였다.
조금 더 오르면 이내 찻길이 끝나고 약사암으로 가는 팻말이 있다. 500m가 채 안되는 표시지만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구불구불 산허리를 몇 구비 돌아서고 흠뻑 땀을 흘려내야만 만날 수 있는 거리다. 넓은 마당에 오래되지 않은 듯한 당우 한 채. 백학봉의 흰 양이 약사암에 내려와 불경 외우는 소리를 다 듣고 돌아가서 백양사라는 이름이 붙은 절집이다. 유서 깊은 백양사의 부속암자겠지만 특별한 문화재도 자료도 없다.
절집 앞마당으로 나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백양사가 한눈에 잡힌다.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이렇게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이곳까지 올랐으니 영천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계단을 타고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한다. 고개를 들어보면 큰 바윗돌 사이로 아가리를 벌린 듯 구멍을 내고 있다. 석굴에 올라가면 석상이 내려다보고 옆으로는 영천수가 고여 있다. 석간수는 매우 맑아 약수로 이용하는데 정작 표시기에는 음용부적합으로 적혀 있다. 도대체 약수로 먹으라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갈등이다. 구멍에서는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서 백학봉까지는 700m 거리.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심해서 숨이 막힌다. 그래도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르는 사람들 거의가 숨을 헉헉거리며 힘겨워 한다. 백학봉을 바로 눈앞에 두고 거대한 기암이 있는 평평한 공간을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약사암에서 느낀 것보다 훨씬 더 시원하다.
깎아지를 듯한 바위 위. 단풍든 백암산의 절경이 한 손에 잡히고 발아래로는 백양사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백학봉이다. 백학봉은 학바위라고도 하며 이 산의 이름이 이 흰색 바위에서 유래됐다. 백학봉에 눈도장만 찍고 하산하기로 한다. 백암산은 아직도 몇 군데 더 들러봐야 할 곳이 남겨져 있다. 다음번에는 꼭 다른 코스를 꼭 찾아볼 생각이다.
백제 무왕 때인 6백32년에 세워 진 백양사를 들러보고 이내 중평마을을 찾는다. 마을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농가에서는 집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로 감을 깎아 집 한 편에 매달아 놓는다. 명절 때 제수용이나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간식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몇 집들은 제법 수량을 많이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곶감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감 매다는 꼭지가 새롭다. 예전에는 나무 꼬챙이에 10개씩 끼워 널었는데 구멍 난 부근에 곰팡이가 생기기도 해서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이곳 중평마을 외에도 멀지 않은 성암리 용동마을에도 생산량이 많다. 구입은 백양영농조합법인(061-392-7410, 392-1668)이나 곶감작목반에 문의하면 된다.
■대중 교통=호남선을 타고 백양사역에 하차. 역 앞에 버스터미널. 백양사에 가는 버스 수시 운행. 또는 강남 호남고속터미널에서 장성, 광주행 버스 이용. 터미널에서 백양사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가 운전=호남고속도로-백양사 나들목-삼거리에서 우회전해 1번 국도 이용. 장성댐 지나서 담양 쪽으로 방향을 틀면 백양사 입구와 만난다. 곶감마을은 초입 우측 마을.
■별미집과 숙박=백양사 쪽이나 장성 시내 쪽을 이용하면 된다. 백양사 음식점 단지에 있는 정읍식당(061-392-7427, 392-9367)은 소문난 맛집이다. 그 외 백양회관(061-392-7878)은 추어탕이 먹을 만한 수준이다. 장성읍내나 장성호 미락단지쪽을 이용해도 괜찮다. 숙박은 백양사 지구 숙박시설이나 장성읍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
■여행포인트=장성은 백양사 이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금곡 영화촬영지, 축령산, 홍길동 생가, 그리고 남창골이나 방장산 휴양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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