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불상이 어우러진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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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불상이 어우러진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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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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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의 가을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화왕산의 억새 군락지는 차체하고서라도 관룡산의 단풍 숲과 용선대가 너른 품으로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룡산 용선대’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나 다름없다. 아는 만큼 ‘느끼고 본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절집에서 용선대까지는 짧은 거리지만 숨 가쁘다. 하지만 그곳에 서면 세상 묶은 시름을 한눈에 녹아내리는 시원한 전경이 펼쳐진다. 모든 상념, 한꺼번에 떨쳐 버리고 싶은 속가인 들이여, 이 가을 서둘러 봇짐을 챙겨 떠나봐야 할 일이다.

관룡산 용선대를 찾은 전날, 재약산 산행을 했다. 길고도 지리한 재약산 산행은 다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을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관룡산과 인접해 있는 화왕산을 찾는 일도 수월치 않다. 차량 통행은 일절 허용할 수 없다는 것. 걸어야만 된다.
기대 이상으로 장엄함이 느껴지는 관룡산(구룡산 740m). 산은 하루가 다르게 형형색색 단풍이 물들고 있으며 정상부위에는 바위가 넓게 펼쳐진다. 일명 병풍바위다. 아마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장엄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바위 때문인 듯 짐작된다. 비 한번 내리지 않은 가을. 그래서인지 하늘은 눈부실 정도로 푸른데 거기에 흰 구름까지 두둥실 떠 있어 한층 눈을 싱그럽게 해준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으로 뻗어 나온 수령 오래된 나무에도 ‘가을색’을 입었다. 절집 대웅전에는 기도객들이 많다. 보름이라서 찾아든 사람들이다. 스님의 염불의식과 함께 불자들의 기도가 이어지는 틈을 비껴서 절 마당에 내려선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문화유적으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 뒷산 병풍바위와 단풍, 그리고 건물들이 아우러져 최상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관룡사는 전설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백일기도를 마치는 날 화왕산 정상의 삼지(三池)에서 용 아홉 마리가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관룡사(창녕읍 옥천리)라 했다고 한다. 관룡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약사전(보물 146호)이다. 한 칸짜리 전각에 모셔진 석불좌상(보물 519호). 절하기에도 비좁을 정도인데 처사 한 분이 열심히 기도 정진중이다.
그렇게 잠시 절집에 발도장만 찍고 나오려는 찰나, 한 무리의 보살들과 맞닥뜨린다. 그 틈에 노스님도 한분 합류해 있다.
노스님은 신도들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면서 요사채 뒤켠으로 걸어가고 있다. 산정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니 부처상이 보이는 것이다. 그들을 부산하게 쫓아 들어가 보니 용선대(0.68m)라는 팻말이 있다. ‘용선’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그냥 놓친 것이다.
용선은 관룡산 중턱 관룡사 서편 능선이다. 1km도 채 안되는 거리지만 길은 오름이고 가파르다. 왕복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그곳. 어느 지점에 이르니 환하게 석가여래좌상(보물 295호)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복병은 또 있다. 암봉으로 올라가는 길 옆, 여래불에 대한 안내 팻말이 있는데 그 사이로 난 돌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 어렵사리 올라서면 평평한 바위에 우뚝 앉아 있는 불상 하나. 대구의 갓바위와 비슷한 위치지만 주변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앞으로 환하게 트인 그곳에는 관룡산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옥천 마을도 굽이굽이 드러난다. 금방이라도 땅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에 현기증이 느껴지는 그곳에 단풍든 산이 눈 속에 들어온다. 이 시원함과 아름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지나쳤으면 얼마나 서운했겠는가. 부처님의 ‘가피’라는 생각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정말 좋은 명당터에 들어앉은 부처. 연화대좌는 따로 나와 널브러져 있다. 노보살들은 부처님을 향해 절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여래불을 어떻게 조성했을까? 당시에는 헬기도 없었을 터다. 이 부처는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됐다고. 무명의 석공이 산으로 올라 정성스럽게 징을 조았을 터다.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이 부처님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고 한다. 1천1백년 넘게 남쪽을 보고 앉아 있었는데 40-50년 전 관룡사 어느 스님이 절을 바라보도록 동쪽으로 돌려 앉히다가 목이 부러졌다고 한다.
돌아 나오는 길에 우포늪을 찾는다. 우선 폐교를 개조한 우포늪 생태체험지를 들러본다. 사람들이 없고 문도 잠겨 있다.
우포늪 주변에는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어 두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알려진 지를 짐작케 한다. 자연생태계의 보고. 전망대도 만들어 두었지만 정작 멀리서 철새를 감상해야만 한다.
때 이르게 찾아온 철새들. 운 좋게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군무 떼를 만든다. 쇠물닭, 논병아리 등 텃새와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청둥오리, 쇠오리, 큰고니, 큰기러기 등 62종이 있으며 찾아오는 겨울철새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자가 운전=구마고속도로 영산IC 또는 창녕 IC로 진입-옥천으로 갈 경우 국도 25호선 이용-계심면-옥천면-화왕산군립공원-창녕에서 합천방면으로 가면 우포늪
■별미집과 숙박=화왕산 가는 길엔 토속음식점이 여럿 있다. 필자가 오래전에 갔던 고향보리밥집(055-521-2516). 집을 새로 뜯어 고쳐서 정작 찾지 못했지만 영업은 계속 하고 있다. 창녕 읍에서 우포 가는 길에 택시 운전사가 가르쳐준 현대쌈밥(055-533-7242)집은 쌈밥과 뚝배기를 싼값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 건물도 깨끗하고 가격대비 맛도 괜찮다. 숙박은 부곡 쪽이나 창녕읍내를 이용하면 된다.
■여행포인트=가을이면 도로변에 단감을 파는 곳이 여럿 있다. 단감은 이 지역 특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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