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불패, 강남불패를 논하던 시절이 진정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강남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폭등을 신화 아닌 신화로 믿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을 여유자금이 있는 자들의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월급쟁이 생활로는 돈 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 됐다는 인식과 함께 투자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부동산’임을 다시 확인시켜준 기회가 부동산불패의 시절이 아니었을까? 버블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가름 나지 않았으니 부동산불패 격랑의 결과를 단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시세차익만을 목적으로 돈을 쏟아 붓는 투기행위는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진정한 부가가치 창출의 방법이 되지 못한다. 적어도 투기행위는 그 대상이 부동산일 경우 국민경제에 해악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투기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이제 지식산업, 지식상품에 투기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재테크의 대상물로 지식재산 권장
우리나라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궁극적으로는 지식기반의 경제체질을 다져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지식산업은 아직 신생산업이며 그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체질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지만 투자자들은 지식산업에 대한 경험부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망설인다.
투기라도 좋으니 지식산업과 지식상품에 투자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절실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의 체질, 특히 중소기업의 체질 강화 전략의 첫째는 지식기반을 공고히 하는 일이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는 투자여력을 왜곡시켜 직간접적으로 기업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부동산 투기는 생산적이지 못하며,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투입(요소)비용을 증가시켜 경쟁력을 하락시킨다.
그러나 ‘지식’을 대상으로 하는 투기는 지식 그 자체를 생산요소로 인정하든 상품으로 인정하든 속성상 투입비용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최종재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준다. 지식재산은 본질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것이므로 가치의 반복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은 부동산이 가지는 속성과 차별적이다.
투기 현장에는 법의 통제력을 넘기도 하고, 왕성하고도 신속한 정보 활용이 이뤄지며,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함이 출현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가치의 신규창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지식재산에는 투기를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과실이 특정 투기자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식은 부동산에 비해 가치평가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판단 등 투기를 위한 프로세스 자체가 곤란한 측면이 많다. 이러한 점도 지식에의 투기를 관대히 용인할 수 있는 이유의 하나가 된다. 재테크의 대상물로 지식재산을 권장하는 바이다.

中企 경영전략으로 활용해야
지식을 대상으로 한 투기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이 주의해야 할 점들은 분명 있다. 우선 변화무쌍한 시대에서는 지식재산의 시의성에 유념해야 한다. 시대적으로 제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에 대한 가치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당국은 지식경영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장치들을 강구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닷컴기업의 버블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단순한 정보화 투자를 논의할 시점은 이미 지났으며, 지식사회 정착을 위해 총체적인 투자를 요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투자부진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식에의 투기를 권장해봄직하다.
지식산업 그 자체는 또 하나의 과학기술이며, 이에 대한 투자는 제조기반 성장 내지 기술기반 성장 시대의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미래의 안정을 보장해줄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지식에의 ‘투기’를 ‘투자’로 인식하자는 뜻이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수단과 방법은 역시 디지털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라 고 열악한 경영환경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지식기반을 다지기 위해 산학협력 등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들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식에의 투기가 불붙기를 기대하며, 조만간 그렇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하는 순간 그 대안은 지식재산으로 눈 돌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와 같은 신지식인을 후원하는 경우는 물론, 오로지 기술력 하나만을 믿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현상도 지식재산에 대한 투기의 좋은 사례가 된다. 단지 이러한 투기를 좋은 표현으로 투자라 하는 것뿐이다.
기업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라이프사이클이 사양길에 접어든 상품을 퇴출시키고 신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전략도 적정 시기에 적정 방법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주특기 하나에 몰입하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딴 생각의 여력이 없기 때문에 상품과 전략에 있어서 변화를 실기함으로써 자칫 곤경에 빠지기 쉽다. 부동산불패 이후 지식경영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려해 봐야 할 때가 됐다.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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