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에 다시 희망의 빛이 보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이란과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에서 2승 1무로 국민에게 희망의 불빛을 쏘았다. 흔들리던 한국축구대표팀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도자 한사람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모두 놀란다.

방향제시하는 지도자
축구공은 둥글다. 둥근 공이 어느 팀 골문을 가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강팀이 꼭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비록 최근 한국축구대표팀이 선전했다고 해서 그 경기의 결과만으로 미래를 전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히딩크 축구에서처럼 아드보카트 축구에서도 선수들은 기관차처럼 쉬지 않고 뛰었다. 감독이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지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지도스타일이 닮았다고 하니 이것 또한 한국축구의 앞날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히딩크 감독은 강팀과의 평가전을 여러 차례 치렀다. 2001년 프랑스와 체코에 0대 5로 대패하자 감독을 바꿔야한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히딩크는 강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승패를 떠나 이기는 준비를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변명으로 들렸지만 결과는 그의 말이 옳았다.
강한 축구팀이 되려면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향상시키고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을 만들어야한다. 선수들이 경기시간 내내 열심히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건 기본이다. 뛰지 않는 선수를 상상할 수 있는가. 선수들이 쉴새없이 뛸 수 있어야 공간과 시간을 선점하는 강력한 압박축구 구사가 가능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모든 국민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가 재현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을 하기에는 이르다. 한 두 번 이겼다고 웃고 있을 여유는 없다. 계속 달려야한다. 달려 가야할 곳은 멀고 가파르고 높다. 하지만 선수들이 쉴새없이 뛴다면 한국축구에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흔들리던 한국축구가 활기를 되찾듯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길은 없는가. 한국경제의 오늘보다 내일을 더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기업투자는 움츠려있고 모두 욕구분출만 하려고 하지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성장잠재력은 계속 잠식되고 있어 한국경제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국력결집 경제살리기 매진을”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경제관련 각종지표가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도 초과달성”이라고 한다. 과연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은 얼마나 될까. 그런가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고속철 건설은 인구나 경제성과 같은 기존의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성을 근거로 한 ‘호남고속철 불가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축구대표선수를 능력만으로 선발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작은 집안 일도 효율성을 따지고 우선순위를 따지는 법인데 국책사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없앤다면 자원의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운행중인 경부고속전철은 어떤가. 적자만 쌓이고 있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경제성을 무시하고 공공사업을 벌이면 국민의 허리만 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지도자가 명심해야 할 필수조건은 방향제시다. 국력을 결집해서 경제 살리기로 돌려야한다. 지난번 본 프레레 감독은 경기에 지고 나서 “전술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뛰지 않았다는 건 결국 지도자의 무능 때문이다. 먹고사는 일보다 더 시급한 국가적 과제는 없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지도력을 국민은 바라는 것이다.

류 동 길
숭실대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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