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별산업 구조와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중국, 미국, EU 등 거대경제권 국가들과 가장 우선적으로 FTA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볼 때 전기전자,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과의 FTA 추진을 1순위로 꼽았으며 철강은 아세안 다음으로 중국과의 FTA 추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동차와 일반기계산업은 중국과의 FTA를 EU 및 미국보다는 덜 매력적으로 보고 있으며 대중국 가격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섬유산업은 미국과의 FTA 추진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9일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FTA 추진과 산업별 득실분석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밝히고 FTA 추진이 국민경제 전반에 끼치는 이해관계에 우선순위 둘 것을 강조했다.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한·EU FTA 순수출 효과 커
■자동차(박동철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자동차산업에 관해서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FTA체결에 소극적이다. 이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FTA에서 자동차 관련 품목은 민감품목 및 적용제외로 설정되고 있다.
FTA 체결과 관련 국내 자동차산업은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편이나 중국 등 새로운 주요 생산기지의 부상과 국내 요소비용 상승 등으로 점차 약화되는 추세에 있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 EU,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국, 인도와의 차이도 줄고 있으며 미래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차에 대한 기술력은 선진국과 여전히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 경쟁력은 선진기업에 비해 매우 취약하며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체 69위 기아차는 100위권 밖에 위치하고 있다.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환경규제 등을 감안 할 경우 한·EU FTA 체결시 순수출 증가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 중국, 캐나다, 호주, 멕시코, 브라질, 인도 순으로 효과가 줄어든다.
그러나 시장 창출 또는 상대적 불이익 해소 등의 측면에서는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와의 FTA가 시급하며 후진국의 경우 시장 창출 및 지배력 확대를 주요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선진국의 경우 시장 점유율 못지않게 자본 및 기술 도입과 축적 효과도 중시해야 한다.
■전기전자(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국내 전기전자 산업의 지역별 최대 수출시장은 미국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중국, EU, 아세안, 일본 순으로 나타났고 수입은 미국, 일본, EU, 중국, 아세안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 총액은 1,310억 달러로 국내 총 수출대비 74%에 해당되며 수출비중으로 볼 때 이들 5개 거대경제권과의 FTA 체결로 우리 경제가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전기전자 산업을 전체적으로 볼 때 국제경쟁력을 구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분석대상 국가에 대해 관세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유망한 FTA 대상국이 아니며 대일 수입품의 대부분이 중간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증대효과 EU·중국順
■기계(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일반기계 산업의 FTA 체결에 따른 주요 상대국별 수출증대효과를 살펴보면 EU를 제외하고 중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멕시코, 브라질, 호주, 인도, 캐나다 순으로 나타났으며 수입증대효과는 미국에 이어 중국, 호주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수출증대효과가 가장 크며 미국과 EU는 투자산업협력 증가에 따른 파급효과가 가장 크다.
일반기계의 경우 금형을 제외하면 국내 산업이 수입특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공장기계 등 핵심 분야의 생산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기계산업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간산업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협력 중소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어 산업연관효과가 크다.
이에 따라 이러한 고부가가치산업을 FTA로 상당부분 포기하고 다른 산업으로 특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리의 수출특화산업을 희생하면서 고부가가치 부분으로만 이행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일반기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계부품의 모듈화, 시스템화와 부품·소재 전문기업의 규모의 경제 확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 효과는 미국, EU와의 무역에서 대부분의 기종들이 수입특화상태에 있으나 이들 수입특화품목의 대부분이 비선진국 시장에서 수출특화를 보이고 있어 미국, EU와 FTA를 체결할 경우 기존 수입특화 업종의 수입특화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는 달리 중국, 브라질, 멕시코 등 비선진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국내 기계산업이 상대적으로 수출특화를 하고 있는 업종의 수출특화도가 높아지게 되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해야 한다.
따라서 어느 국가와 FTA를 체결하느냐에 따라 일반기계의 산업 내 무역구조 고도화에 대한 유인의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시장 물류비 측면서 유리해
■석유화학(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기획조사 팀장)=2004년 석유화학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조원으로 제조업 총 생산액의 5.3%를 점유, 자동차, 철강, 반도체에 이어 4위권의 생산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교역은 지난해 기준 수출 170억달러, 수입 80억달러로 9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의 31%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지리적 이점과 대규모 수출여력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물류비 측면에서도 중국시장에서 대만과 함께 최상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 캐나다, 중남미 및 EU 등은 지리적으로 멀고 이미 FTA를 체결한 인접 경쟁국 등과 비교할 때 운송기간 및 운송비 등에서 20~30%의 추가 부담이 발생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가 최근 중국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수출 점유율이 감소되는 추세에 있어 관세철폐시는 상당한 수출경쟁력 제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제품 분야가 최근 들어 제품에 적용되는 단계에 있으나 관세철폐시 경쟁력 열위로 국내업체의 기술개발 노력 둔화 및 중저가 범용제품 생산기지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
대상국별로는 선진경제국인 미국과 EU의 경우 우리나라가 품질 및 기술경쟁력에서는 다소 뒤지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수출, 수입 및 생산·고용 등에서 모두 5% 이내의 증가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내수잠식이 크지 않은 반면, EU는 내수잠식 효과도 같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중국산 범람 우려
■섬유산업(한홍렬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1988년 이후 주요국에 대한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미국, EU,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대해 매우 높은 수출 경쟁력을 전통적으로 시현해 왔으나 2000년 이후 무역특화지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등 후발 섬유 수출 강국에 대해서는 2000년을 전후로 마이너스 지수를 보이고 있어 FTA 체결시 주요 선진국에 대해서는 수출증가 그리고 인도 및 중국 등으로 부터는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FTA 체결은 대상국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국내시장의 경쟁 심화와 공동화 과정을 촉진시켜 섬유산업의 조정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섬유산업이 범용성 소재에 치중돼 있고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점에서 FTA체결대상국 내에서의 가격경쟁력 제고효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수출증대가 단기적 효과에 머무를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의 FTA 체결은 단기적으로 가장 직접적인 시장접근의 개선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시장이 중저가품 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수출국들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수출가격 개선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나서야 한다.
이밖에 기타 선진국 및 다른 지역과의 FTA 체결 역시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시급한 과제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경우 일부 섬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높은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FTA는 일정 수준 시장접근의 개선을 가져올 전망이다.
EU의 경우 FTA가 추진될 경우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실적으로 실질적인 협상추진이 매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높은 우선순위를 두기 어렵다.

아세안지역 집중공략을
■철강산업(유승록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국내 철강산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상당한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며 FTA 대상 국가별로 시장확대, 경쟁력 비교, 상호 보완성 측면 등에서 영향력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와 성장성을 고려한 시장매력도 측면에서는 중국, 인도, 아세안, 멕시코 순으로 시장진출 효과가 크게 나타나며 미국, 일본, 캐나다, EFTA 시장의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인도, 아세안, 멕시코 철강시장은 세계 시장점유율이 2~4%인 소형시장으로 분류되나 철강수요가 연 5~10% 늘어나는 등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판단된다.
무역장벽, 무역의존도, 경쟁 및 보완관계, 원료의 입수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아세안, 중국, 인도 등이 추진 우선그룹으로 분류되며 차선 그룹으로는 캐나다, 호주 등 철강원료 보유국가 들이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과의 FTA는 관세장벽이 없고 협상에 시간을 필요로 하는 비관세장벽만이 자유화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 등 수요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지역은 한국의 3대 철강 수출시장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과 치열한 수출경합지역으로 경쟁국가보다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할 경우 수출확대 효과가 클 전망이다. 반면 아세안 지역 철강산업의 경쟁열위로 한국으로의 수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전만이다.
중국은 고성장시장임과 동시에 세계 최대의 철강시장이며 5% 내외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FTA 체결시 수출 확대 및 무역마찰 완화가 기대된다.

◇사진설명 : 지난 29일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FTA 추진과 산업별 득실분석 세미나’에서 해당분야 참석자들이 산업별 영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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