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국제화가 활성화된 주원인이 침체된 국내시장의 한계 극복과 악화되는 경영여건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노력에 있다. 또한 대기업이 해외직접투자를 하는 경우 동반진출의 형태로 나가기도 한다. 현재 가장 진출이 활발한 국가는 중국이며,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초기 생산기지형이 많았지만, 최근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중소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철수하는 기업도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전문적 지원 프로그램 필요
글로벌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창업 초기부터 국내시장보다는 수출시장을 목표로 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어서, 이를 ‘태생적 국제화’(born global)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장과 투자의 글로벌화는 중소기업에게 심각한 위협이자 기회이다. 해외시장의 개척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개별기업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그 방법으로 교육(education)과 보육(incubation)과 자문(consulting)을 결합한 복합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의 실패요인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초기 시장진입시 학습비용을 많이 지불한다는 점이다. 소위 ‘이방인의 어려움’(liability of foreignness)을 극복하는 가운데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실패로 연결되기도 한다. 해외시장은 국내시장과는 다른 경쟁 법칙이 작용하는 시장이고 법률이나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차이점이 크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출대상국가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진출 이전에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학습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진흥공단, 소프트웨어 진흥원, KOTRA 등 관련 기관에서 체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현지 인큐베이팅 기능의 강화다. 현재 중소기업 진흥공단과 소프트웨어 진흥원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밀착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심층적인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시의적절한 상담과 함께 현지 바이어와의 접촉기회를 늘이기 위한 지원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이 효과적으로 수행되려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전문가 풀이 있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외거주 한국기업인들의 네트워크화 작업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현지 네트워크도 강화를
지역별로 체계적 상담지원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중국진출 중소기업에 관한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초기 진출시 현지 정보를 획득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기진출 업체로부터이다. 상대적으로 정부기관에 대한 이용도는 매우 낮다. 이는 민간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보니 상호학습이 일어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정부기관의 상대적 효용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정부기관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원센터의 기능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전문 서비스 기능 향상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KOTRA가 베이징, 상하이, 칭따오 등지에 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센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해외시장에서 ‘무명의 설움’(liability of newness)이 크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중소기업도 해외시장에서는 지명도가 전혀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공동 마케팅 또는 컨퍼런스 등을 통해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기관이 매개역할을 적절하게 할 경우 신뢰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같은 지역에 진출해 있는 지원기관들은 상호 협조체제를 갖추어 중복활동을 줄이면서 지원효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맞춤형 서비스나 고객밀착형 서비스는 수혜자가 일정 비율 부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재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컨설팅 쿠폰제를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정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