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삼한C1은 점토벽돌 제조회사다. 서울 덕수궁 돌담길, 대학로, 신촌로, 대구월드컵 경기장 등 국내의 이름난 거리나 건축물엔 어김없이 삼한C1의 점토벽돌이 들어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점토벽돌은 해외에서 그리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제품의 질에 있어 유럽·호주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삼한C1’은 예외로 통한다.
점토벽돌의 품질은 벽돌표면의 매끈함, 크랙(crack:균열), 색깔 등에 의해 좌우된다. 삼한C1은 자체 품질규격을 정해놓고 190mm정도의 길이에 ±1mm 오차만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면 어김없이 폐기처분된다.
현재 국내 KS규격이 ±5mm 오차까지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한의 규격은 무려 5배나 엄격한 조건이다.
이같은 엄격한 품질관리 덕택에 삼한은 ISO 9002인증, KS마크, Q마크, GQ마크 등 수많은 국내인증은 물론 일본공업규격(JIS)과 대만공업규격까지 획득했다.
그 결과 삼한의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영국, 독일, 이태리 등 이른바 벽돌 선진국에서도 ‘최고’로 통한다.

세계최고 제품 만들기

요즘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이 공장가동을 줄이고 있다지만 삼한은 정반대다. 오히려 가동할 설비가 없어 못돌리는 형편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104억원. 경북 예천, 울진, 의성 등 3곳에 있는 공장설비를 총가동했지만 캐퍼(생산능력)의 한계로 국내 수요조차 충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삼한은 현재 190억원의 예산을 투입, 3천500평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위치는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있는 기존 공장(건평 약 5천200평) 옆이다.
이달중 완공예정인 이 공장이 10월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능력이 두배 이상 늘어난다. 즉, 현재 1일 생산량이 14만장 정도지만 앞으로 1일 30만장으로 늘게 된다.
한삼화 사장(60)은 “신규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절반은 국내수요, 나머지는 수출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흙’에 매료돼 사업시작

한사장이 벽돌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8년 건축자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모 제약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점토벽돌만큼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자재도 없다.
“흙이란 게 참 묘합니다. 옛날 우리 어릴때 흙구덩이에 고구마, 감자, 무 등을 묻어놓으면 아주 신선하고 맛있게 보관 되잖아요? 점토벽돌은 바로 이 흙으로 만들어집니다. 점토벽돌은 자체 습도조정기능과 열 보존 기능이 있는데다 원적외선까지 방사해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삼한의 점토벽돌 제조과정은 크게 ▶제토 ▶성형 ▶건조 ▶소성 ▶포장 등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제토(製土)’는 원료인 흙(土)을 균일하고 점성있게 만들어 숙성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만 약 15일이 걸린다.
‘성형’은 몰드에 흙을 밀어넣어 벽돌모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태가 갖춰진 벽돌은 약 52시간의 ‘건조’과정을 거친다. 건조를 잘해야 뒤틀림, 크랙 등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건조된 벽돌은 마지막으로 ‘소성’이라는 열처리과정이 필요하다. 섭씨 1200∼1250도의 고온속에서 견고한 벽돌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같은 다섯단계의 제조과정 중에 어느 한단계에서 오차가 발생해도 제품에 하자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모든 작업은 삼한의 최첨단 컴퓨터자동화시스템에 의해 자동 조절된다.

‘일류’에게서 배워라

현재 삼한에서 가동중인 공장설비(경북 예천)는 이탈리아제 최고급 기계다. 1994년 이 설비를 완공하는데 무려 127억원이나 들었다.
한 사장이 설비를 도입하기 전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과욕이라고 충고했다. 당시만 해도 대충 적당한 설비만 갖추고 적당히 제품을 생산하면 되는 시대였다.
그러나 한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첫공장인 울진공장을 운영하면서 한국식 점토벽돌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벽돌을 만들기 위해 세계최고의 공장을 찾아다녔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호주, 캐나다 등 안 가본곳 빼고는 다가 봤다는 한사장은 “세계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당시 세계최고 수준인 이탈리아 설비를 도입할 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기계와 플랜트만 도입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설비를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 즉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의 과정이 필요했다.
“새로운 설비와 관련된 매뉴얼, 경영노하우, 기술 등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그 설비는 내 것이 아니다”는 게 한사장의 생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해외기술을 도입한 곳은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했죠. 그 이유는 그 기계를 정말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새로운 공장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공장가동중에 불량이 섞여나오면 그것과 함께 나온 벽돌은 1만개든 10만개든 모두 폐기처분했다.
이동렬 삼한C1 상무는 “그정도의 품질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사원들의 생각이었지만 사장님의 생각은 틀렸다”면서 “폐기처분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과정속에서 직원들은 불량을 안내려고 하는 노력을 더욱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하라

‘빨리빨리, 대충대충’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다. 그러나 한사장의 성격은 이와는 정반대다. 무슨 일이든지 대충 넘어가는 일은 없다.
경북 예천의 현 공장도 2년이 넘게 걸려 완공했다. 일반적인 편법을 동원했다면 1년도 채 안걸렸겠지만 가장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다소 늦어졌다.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기본이 흐트러져 있다”며 “기본에만 충실하면 어떤 업종, 어떤 사업이라 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남들이 보기에 좀 느린 것 같아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빠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한 한 사장의 경쟁력은 항상 현장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1년 365일중 상당 기간을 유럽, 호주, 캐나다 등 벽돌 선진국에서 보낸다. 세계 최고의 기술변화와 트렌드를 직접 몸으로 체득하고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직원들 대부분이 해외출장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사장은 “이젠 제품시장에서 국경은 벌써 없어졌고 한국시장에서의 1위는 아무소용이 없다”면서 “세계 1위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 양옥석기자
yangok@kf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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