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지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선임된 민건기(56) 명성산업 대표는 최근 지대업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지대’란 시멘트, 제당, 제분, 사료, 쌀 등을 포장하는 종이포대를 말한다. 지대의 원료는 쌍용제지, 신호제지 등의 제지회사에서 만든 ‘크라프트 종이’다. 크라프트紙는 잘 찢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지대의 특성상 다른 종이에 비해 훨씬 질긴 편이다.
지대업계는 지난 1980∼1990년대 지대 소비량이 크게 줄면서 위기를 맞았다. ‘벌크 PP 백’과 같은 석유화학재질의 포장이 등장, 지대의 역할을 이들에게 상당수 빼앗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지대업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석유화학제품 포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지대조합 관계자의 설명.
지대업체는 전국에 약 40여개가 있다. 이들중 조합에 가입된 업체는 22개사. 지대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지나친 출혈경쟁에 따른 업계 전체의 채산성 악화다.
민 이사장은 “간단한 설비를 갖춰 공장 모양을 낸 업체가 ‘일단 판로부터 뚫고 보자’는 생각으로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으로 치고 들어와 업계 전체를 힘들게 하고 있다”면서 “업계가 공정한 룰에 의해 공정한 가격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일이 숙제”라고 말했다.
지대조합은 최근 지대의 공정가격 산정을 위해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주고 그 결과를 얻어냈다.
민 이사장은 앞으로 조합내에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상설화해 업체들의 지나친 과당경쟁을 지양할 수 있도록 권고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민 이사장은 조합원업체들의 이익을 제고하기 위해 조합에서 원자재를 싼가격에 공동 구매, 개별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특히, 그는 “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업체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조합가입을 독려, 임기내 업계의 조합가입률을 7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 이사장은 지대시장과 연관이 있는 제지업계, 지대업계, 지대 소비업계 모두가 ‘한 배를 탄 공동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세 경제주체가 앞으로 해외기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이사장 자신도 모 제지업체의 상무로 20여년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크라프트紙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 제지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것도 있다.
민 이사장은 “정부는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업계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원가절감 및 품질제고를 하는 것이 상호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양옥석기자·사진=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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