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의 무차별적 시장진입이 기존의 유통질서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할인점의 점포 늘리기 경쟁은 탐욕 외에는 더 이상의 상생의 미덕이나 공정경쟁의 룰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최장동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형 할인점의 횡포는 중소유통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씨를 말리는 ‘쌍끌이 저인망’식 시장잠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인조합은 전국의 약 5만개 슈퍼마켓에 생필품이나 주류를 공급해 주는 중간유통업체들이 가입한 단체다. 전국적으로 134개 업체 중 90개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단순히 고객을 할인점에 뺏기고 있다고 해서 체인업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중소유통업계는 물론 제조업계와 전체 유통시장이 무너질 것입니다.”
최 이사장은 “제품에는 원가를 감안한 정당한 가격이 있는데 할인점은 이를 무시하고 끊임없이 가격인하 압력을 생산업자에게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할인점이 하나 들어서면 반경 4㎞안에 있는 슈퍼마켓은 물론 방앗간, 떡집, 약국, 빵집, 아이스크림 등 생계형 상가는 모두 문을 닫게 됩니다.”
최 이사장은 “체인업계와 슈퍼마켓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사람이 120만 명쯤 된다”며 “일부에서 할인점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론하는데 한 마디로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할인점의 신설로 얻어지는 고용창출은 실직으로 내 몰리는 생계형 활동인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할인점의 횡포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체인조합은 스스로도 경쟁력이 취약한 구조를 시인하고 고객을 흡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할인점과 가격경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구매와 물류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생필품은 배송시간과 거리가 짧아야 합니다. 서울지역 여러 곳에 5000평 규모의 소규모 물류센터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중소유통업계에는 필요합니다.”
최 이사장은 “경기도 일원에 수만 평의 대규모 통합물류단지를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대형 할인점을 위한 정책”이라며 “중소유통업계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이 같은 정책은 결국 중소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시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영세한 중소유통업계를 위해 정부가 부지라도 마련해 주면 공동물류센터를 통해 경쟁력을 월등히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체인조합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슈퍼마켓 대표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 할 계획이다.
“체인사업자는 가맹 슈퍼마켓에 대해 지배력이 프랜차이즈보다 약한 편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이나 상품을 편입하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의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체인조합은 이와 관련 정부지원을 받아 경원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점포경영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소비자들도 눈속임을 교묘히 일삼고 있는 할인점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슈퍼마켓이 진열하고 있는 약 2000여가지의 품목에 대해 할인점은 집중적으로 가격인하전략을 쓰고 슈퍼에 없는 제품은 제 값을 다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유통이 생산의 우위에 서는 시대라 해도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서는 불리한 조건에 서 있는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결국 뭉치는 것 밖에 없다”면서 변화를 앞서가는 전략모색을 통해 중소유통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 쏟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최 이사장은 81년에 유통업계에 투신, 25년 동안 우리나라 유통산업 변천사를 체험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황재규기자·사진 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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