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파동으로 골판지 포장업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골판지 포장제품의 가격현실화를 통해 채산성 악화를 막고 나아가 업계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골판지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겠습니다”
지난 5, 6대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역임했던 류종우(60) 삼보판지(주) 대표가 벼랑 끝에 놓인 골판지포장업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류 이사장은 지난 2월 조합원 업체들의 강력한 후원아래 후보 단독으로 이사장에 추대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류 이사장은 개인회사에는 제대로 출근도 못한채 협동조합 사무실과 산업자원부만 왔다갔다 하며 업계의 애로사항 해결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재 골판지포장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골판지 원지의 수급부족 문제다. 원자재의 ‘블랙홀’ 중국 때문에 골판지원지의 가격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최고 52%까지 올랐다.
“가격현실화로 채산성악화 극복”
“얼마전까지해도 중국의 골판지 원지 시장가격이 국내보다 더 높아 국내 제지업체들이 원지 물량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죠. 그러나 지금은 국내시장가격이 오히려 더 높아 원지물량 부족문제는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러나 ‘산 너머 산’이라 했던가. 류 이사장에게는 ‘가격 현실화’라는 더 큰 숙제가 남아있다. 원지 가격이 이처럼 크게 올랐지만 원자재 인상분이 납품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재가격이 전체비용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골판지포장업계로서는 원자재가 인상은 엄청난 타격이다.
류 이사장은 “가격 현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공급자인 제지업계와 중간재 생산자인 골판지업계, 최종수요자인 지함업계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이사장은 이런 차원에서 제지 및 지함업계 대표들과 꾸준한 협상을 통해 ‘포장재의 품질에 따른 가격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류 이사장은 “포장재의 가격현실화가 실현되지 않는 것은 원자재파동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40%가 넘는 골판지업계의 과잉설비와 이로 인한 과당경쟁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산지표시, 제품실명제 등과 같은 품질표시제를 모든 업계에서 실시, 품질별로 가격을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품질에 따라 포장재 가격이 달라지면 업체들은 제값을 받기 위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결국, 설비가 못따라가는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업종전환 등을 통해 구조조정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류 이사장은 “골판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골판지 생산시설 및 수요 통계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협동조합의 월·분기별 골판지 생산출하실적 및 설비내역 수집·공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류 이사장은 “조합이 중심이돼 각종 농산물을 보다 신선하게 운반할 수 있는 특수골판지 포장재를 개발, 농산물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후진성을 면치못하는 물류운송체계도 현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옥석기자·사진 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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