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었던 우리민족입니다. 다시 한 번 세계 제일의 인쇄강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지난2월 우리나라 인쇄산업의 총 리더 격인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최창근 회장(64)의 각오가 새롭다.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나라 인쇄산업은 세계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다만 최근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 될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에 이에 의존하던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최 회장은 어차피 기업은 홀로서기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최 회장은 “인쇄업계가 보호 장벽 없이도 당당히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합의 역할을 집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한 룰에 의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시장 질서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한 시장은 고객보다는 인쇄업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조합원 각자 당장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다보면 모두가 공멸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자세로 조합과 연합회 중심으로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취임 후 바로 인쇄문화협회장과 서울인쇄조합 이사장을 만나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단체수의계약 제도 폐지에 따른 대체입법으로 인쇄물 최저가격 입찰제도 개선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에게 완전한 입찰만을 적용시킬 때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 일 것”이라면서 “최저 입찰이라도 정상 가격의 85% 이하로 내려 갈 경우 덤핑경쟁으로 간주, 인정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쇄, 세계 경쟁력 자신있다”

연합회는 이와 관련 빠른 시일 안에 지방조합 이사장과 업계 원로들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킬 계획이다.
그는 공기업, 대형 언론사 등 ‘공룡기업’들이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사라지는 것을 계기로 마구잡이식으로 중소 인쇄영역까지 뛰어들게 되면 중소기업이 질식하는 것은 물론 시장 전체가 혼탁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금도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신문이 농협 물량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면서 “시장논리를 떠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에 맞는 영역은 중소기업에게 맡기는 성숙된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쇄업은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해 온 국민생활 밀착형 산업입니다. 사회, 문화, 경제, 교육, 체육, 정치 등 어떤 부문에도 인쇄가 없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습니까?”
최 회장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인쇄산업은 더욱 초정밀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가 10대 기간산업에 인쇄업이 빠져 있다는 것은 인쇄업의 중요성을 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면서 모든 상품의 구매가치를 높이는 이미지는 인쇄물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최 회장은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에 따라 조합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완전시장경쟁 체제로 갈수록 조합을 통해야만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조합원에게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 전체 인쇄업체의 약 50% 정도만이 조합에 가입해 있는 실정”이라며 “새로운 조합의 역할을 찾아 제시한다면 분명 조합 중심의 사업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단체수의계약에 의존하던 많은 기업들을 위해 이 제도의 계속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조합을 통한 입찰 방식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인쇄기술이 세계 수준에도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수출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원자재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제조사와 연합회간 대리점 체제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회장은 조합은 영세업체들만의 단체쯤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규모 있는 기업일수록 조합 참여를 적극 유도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 회장은 대구에서 75년에 설립된 국내 선두권의 (주)한성인쇄를 경영하고 있다. 한성은 직원 300여명의 최첨단 UV(Ultra Violation)인쇄기 등을 갖추고 삼성전자, 농협중앙회 등 유수의 기업 인쇄를 수행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황재규기자·사진 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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