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김경식 한국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66)은 “지금 업계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생각을 바꾸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총회에서 연합회장에 당선된 김 회장은 “당장 내년 말에 없어지는 단체수의계약제도에만 의존해 온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겠지만 치열한 시장논리에 입각해 스스로 시장지배력을 키워 온 기업은 별 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변화는 언제나 일어나는 냉정한 현실”이라면서 “단체수의계약제도와 고유업종의 폐지도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으므로 중소기업은 냉정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지적하는 업계의 당면한 과제는 수요격감에 따른 새로운 시장개척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원자재 확보다. 연합회의 대체적인 전략수립 방향은 이 틀 안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인사말에서도 밝혔듯, 공동구매사업 활성화와 제품판매 확대로 조합원의 경영안정을 기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단체수의계약을 통한 매출비중이 전체의 15%밖에 안 되지만 회원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상당한 수준”이라며 “단체수의계약 물량 이상의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는데 각 지방조합과 연합회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쌀 소비가 줄고 시장개방으로 외국쌀과의 경쟁이 가열되는 현실도 콘크리트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농지개량사업이 대폭 축소되고 여기에 공급되던 농수로관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연합회를 통해 공급되던 농수로관이 전체 단체수의계약물량 중 60%를 차지했기 때문에 쌀 시장의 지각변동은 사실상 콘크리트업계의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환경변화라고 말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

이와 함께 아파트와 대형 공장건설의 벽면공사가 과거 블록과 벽돌쌓기 식에서 패널과 콘크리트타설 식으로 바뀐 것도 업계의 물량축소 원인중 하나로 지적됐다.
김 회장은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면서 “단체표준을 활성화해 우수 단체표준제품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을 보호해주던 제도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중소기업의 공적을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이 경제의 기초를 튼튼하게 받쳐주지 않고는 국가경쟁력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연합회는 회원사의 기술과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체 기술개발위원회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특허제품을 지방조합이 보유토록 해 회원사의 판로를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또 “모든 시장질서가 입찰경쟁으로 바뀌면 덤핑수주가 발생될 우려가 있으므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공정한 가격경쟁이 이뤄지도록 조합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원자재 확보의 어려움 중에서도 특히 국내산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단체의 감시와 압력이 정상적인 채취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
김 회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원유가격 급등도 업계의 수지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공동구매사업과 원가 절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는 돌이켜보면 연합회 설립 후 40년 동안 위기가 이번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지금까지의 정부 보호 하에 성년이 된 만큼 이제 스스로 독립할 때가 된 것 뿐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김 회장은 전남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고 영광군청을 거쳐 96년부터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이사장을 역임했고 군서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황재규기자·사진 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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