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안고 시작한 연초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한해도 우리 중소기업은 많은 시련을 겪었다. 다행히 명년에는 올해보다 경기가 좋아 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 매우 반갑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밝은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중소기업의 비중은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경제환경 변화에 잘 대응하는 중소기업은 경기가 어느 정도 좋지 않더라도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경기가 좋아져도 어려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져
최근의 경제환경 변화를 보면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중소기업이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기변동에 크게 상관없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격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중국 등 후발공업국의 대두로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우리 중소기업들의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기업들의 고급화 및 첨단화로 보편적인 기술을 가진 우리 중소기업들의 대기업에의 납품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고급기술로 앞서가는 경영을 하는 중소기업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앞서가는 중소기업의 대열에 끼이지 않는다면 어려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인 중소기업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경쟁력 강화 또는 퇴출일 것이다. 오늘은 퇴출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리는 흔히 퇴출이라고 하면 패배와 연결하여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경제에서의 퇴출은 그 자체가 하나의 경영전략이다. 퇴출해야 할 시점에 퇴출을 하지 못하면 기업가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가 큰 피해를 받는다. 제대로 하는 퇴출은 기업가에게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사업에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며,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는 경제의 다이나미즘을 높여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퇴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보다 더 클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능력있는 기업가라면 퇴출시점과 그 방법을 잘 선택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유능한 장군은 전장에서 항상 퇴로를 확보하고 있다가 필요할 경우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후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퇴출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업을 완전히 접는 것 즉 폐업과 사업을 전환하는 방법이다. 기업가는 기업환경이 불리하여 퇴출을 결정하여야 할 때면 이 두 가지 방법 중 자신이 처한 현상을 감안하여 가장 적절한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퇴출도 때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 처리문제, 외상대금 회수문제, 유휴설비 처분문제 등의 복잡한 문제들로 폐업은 창업보다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분사 등의 방법으로 미리 사업규모를 점점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사업전환은 현재의 사업을 접기는 하나 기업을 다른 사업으로 지속시키는 것으로 새롭게 할 만한 업종을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제조업의 경우, 기존의 생산시설이나 종업원 등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투자를 하여 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할 수 없는지를 끊임없이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조업이 유통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는 항상 기업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 환경의 변화가 현재의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여야 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폐업 또는 사업전환이라는 퇴출일 것이다. 퇴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퇴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지만 기업가도 평소 퇴출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 기업도 국가경제 전체도 고통없는 퇴출, 이를 통한 새로운 출발이 가능한 것이다.

송장준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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