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는 열심히 노력한다고 주어지지않습니다. 운은 더더욱 아닙니다.”
자수 업계 1위를 자타가 인정하는 (주)부천 이시원사장은 올해로 창업한지 꼭 30년이 지났다. 지난 75년 5월, 부천의 닻을 올린 이래 온갖 시련을 경험한 끝에 이제 세계 제일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
부천은 인천남동공단과 충남 아산의 제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3500평과 1만평이 넘는 공장이 마치 박물관이나 공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쾌적한 분위기로 꾸며놓았다. 공장 정원엔 군데군데 조각작품이 서 있다. 공장안으로 들어서면 먼지 하나 없는 시설에 가장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직원들은 집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140명의 직원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외식보다 더 훌륭한 식단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식사가 아니라 즐겁게 즐기는 식사가 되기 때문이다. 기숙사는 여느 호텔보다도 훌륭하다. 2인1실의 기숙사는 직원들의 하루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10여년전만해도 회사간부들에게 외식을 못하도록 했지만 이제 자발적으로 밖에서 식사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도 집안과 같은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낀다면 화합과 생산성은 저절로 높아지는 것 아닙니까.”
이 사장은 어느 누구를 만나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늘 아버지 같고 큰 형님 같은 이미지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것이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호소해도 부천만은 예외일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고 20년을 넘게 부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도 여러 명 된다.
“아무리 잘 해 준다고 해도 만족할 수야 있겠습니까. 대기업이 해 주는 것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
이 사장은 회사가 성장할수록 그 열매는 직원들과 사회에 돌릴 각오다. 다만 외형만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은 앞으로도 채택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들이 ‘30년 된 회사가 아직도 연간 매출 300억원(올해 예상)밖에 안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은 외형보다 100년이 가도 끄떡없는 내실이 중요하고 언제나 환경변화에 앞서 갈수 있는 변화와 적응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련은 의지를 더욱 강하게 한다는 믿음을 확인했다는 이 사장. 그에게 2005년은 유난히 뜻 깊은 해이기도 했다. 얼마 전 열린 섬유의 날 행사에서 금탑이 없는 최고상인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자수중의 자수는 역시 란제리용 자수다. 수줍음의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여성속옷의 자수로 부천 제품이 나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국내의 신영와코루, 비비안, 남영을 비롯 부천제품을 쓰지 않는 속옷업체는 없다. 일본의 와코루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등에 대부분 수출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절반가량이 수출된다.
부천은 망사자수와 다양한 컬러를 연출할 수 있는 컬러체인지, 즉 무정형화 레이스패턴 분야의 강점을 갖고 있다. 무정형화란 반복되는 무늬가 아닌 자연스런 풍경이나 그림을 자수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부천의 최대 강점은 30년간 쌓인 디자인기술과 노하우다. 디자인은 기술만 있다고 실현시킬 수 없다. 경험에서 녹아 나오는 감각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부천은 15%가 넘는 인원이 디자인과 개발업무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끊임없이 산학연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그 자신 현재 한성대 패션섬유예술학과 겸임교수직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대학과 디자인개발 등의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부천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는 디자인과 품질이다. 의장등록 건수만 3만개가 넘고 매년 100개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투자도 망설이지 않았다.
93년에 자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사장은 스위스 사우라사로부터 15대의 기계를 들여왔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한 해 매출을 웃도는 투자는 회사를 어렵게 했지만 93년의 6억원 결손이 바로 다음해엔 3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의 과감한 결단이 빛을 발한 성과였다.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구요? 아닙니다. 섬유가 아니라 기업이 경쟁력이 없는 겁니다. 시대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사양산업이란 없습니다.”
이 사장은 3년 내에 세계 5위권의 자수명가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사진설명 : 지난달 8일 섬유의 날에서 (주)부천 이시원 사장이 최고상인 은탑산업훈장을 이희범산자부장관으로 부터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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