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생존전략을 얘기할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곧잘 인용된다. 왜소한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제압했다는 이야기에서 그 승리의 요인을 찾아 중소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응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중소기업의 경영전략이란 총량적으로 더 강한 다른 대기업을 대상으로 목숨을 건 전면전을 준비하는 데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대기업은 과거 골리앗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 튼튼한 갑옷과 방패로 무장하고 진지하게 싸움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윗에게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대신에 민첩하고, 돌팔매질이라는 사냥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술을 가진 다윗이 골리앗과 노루사냥으로 겨룬다면 이번에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세부적인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경쟁하느냐가 관건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현실을 감안한 기획 능력과 이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구체적이고 특화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장점을 살려야
“한 우물을 파라”, “남이 안하는 것을 하라”, “자신의 이름으로 승부하라”, “스피드와 유연성을 키워라”, “시장에 부합하는 독자기술을 개발하라” 등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으로 자주 제시되는 어휘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들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전략들은 스스로의 역량을 파악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에 160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약 40개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주력제품 시장이 어느 정도 속도로 성장하고 어떤 점유율 분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이 나오는 것도, 그것이 성공하는 것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기획을 수립했다면, 그 다음에는 이를 가능하게 해줄 특화된 역량, 즉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특화할 지는 결정할 수 있겠으나, 그 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소기업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중소기업은 대외 여건, 그 중에서도 정부의 각종 사업과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고 지원을 받는 것은 단순히 자금난을 해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최신의 시장, 기술 및 활용 가능한 인력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에 있어서 대-중소기업이나 산-학간 공동참여가 점차 중요시되고 있어 중소기업이 외부 자원을 활용하고 협력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는 2005년도에 7조 8,000억 원 규모였던 국가 연구개발예산을 2006년도에는 15% 증액한 9조 원으로 책정했다. 이전의 지출구조를 감안하면 최소한 1조 원 이상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외에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경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자금지원, 인력지원, 판촉지원 및 조세감면 제도 등이 20여개의 정부 부처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지원제도를 모르는 중소기업이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지난 2004년에 한국산업기술재단은 1,200여 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제도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보면 비교적 기업 지향적인 사업을 펼치는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세부 사업별 인지도는 55~75%, 과학기술부의 사업은 36~45%, 정보통신부의 사업은 32~43% 정도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1/4에서 절반 정도가 자신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해주는 제도에 대해서 아예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얘기다. 여타 부처의 기술개발 지원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27%에 불과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정보접근 채널 개선 필요
물론 중소기업들이 해당 지원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없거나 연관성이 없어서 정보 접근을 시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기술 지원제도를 설명해주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해당 책자를 보내줄 때마다 자신들이 필요로 하던 이런 제도가 있었냐며 반기던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즉 활용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몰라서 활용 못했던 기업들이 제법 있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온갖 정책 정보가 공개되는 마당에 적극적으로 이를 찾아다니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기업에서 경영기획, 또는 기술전략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그의 컴퓨터에는 정부 각 부처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소개하는 사이트나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웹페이지가 즐겨찾기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책상이나 책장에는 중소기업청에서 발간하는 부처별 중소기업지원사업 안내서나 산업자원부의 산업자원정책 고객가이드북 정도는 놓여 있어야 한다.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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