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여수]남녘 끝 여수에서 시작하는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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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수]남녘 끝 여수에서 시작하는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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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1573
  • 승인 200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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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한 겨울에도 봄을 느끼게 한다. 햇살 좋은 드라이브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동백꽃을 만나면 매서운 한파도 잊게 만든다. 때 이르게 봄 향기를 맡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문득 동백섬(오동도)을 떠올릴 게다. 그곳엔 동백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내-작금-성두로 이어지는 길에 만나는 아름다운 낙조는 물론이고 향일암에서는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수는 맛의 고장. 전라도 지역에서도 독보적인 음식 맛을 자랑하는 곳. 가격대비 맛깔스러운 음식점들이 즐비해 여행객의 떠나는 발걸음을 부여 잡는다.



허구한 날 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진 자가 일상의 징크스에 연연하면 안된다. 그러나 살다보면 하루 종일 엉킨 실타래처럼 자꾸만 꼬이는 날이 있는가 하면 나름대로 순조롭게 하루가 지나는 경우도 만난다. 맨날 좋을 수 없음에, 기분이 언짢은 날이 생기더라도 금세 잊어버리려 애를 쓰게 된다. 여수에 머무는 3박4일 일정기간 내내 순조로웠고, 편안했으며, 사람들을 만난 재미가 쏠쏠한 곳이었다.


여수를 찾은 지 꽤 오랜만이다. 순천을 거쳐 여수를 찾는 길목은 오가는 차량 탓에 다소 짜증이 밀려들게 한다. 여행지를 찾으면 목적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부터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복잡한 시내를 비껴 돌산대교를 건너 군내면으로 향한다. 해 지기 전에 군내면 굴구이촌을 찾아야 하며, 그곳에서 행여 낙조를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


시금치를 캐는 아낙들을 표정없이 보면서 군내의 한 바닷가를 찾는다. 방파제 옆으로는 낙시객들이, 허름한 건물에서는 생굴 까는 작업이 한창이다. 해는 아쉽게도 구름에 일찍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고기를 잡으면 즉석 회를 썰어주겠다는 낚시꾼을 뒤로 하고 시청에서 소개해준 만나 굴구이집(061-644-1116)을 찾는다. 굴구이촌은 겨울 한철이 지나면 이내 다른 어업으로 전환해 버린다. 손님은 부부 한팀 뿐. 1인분(5,000원)을 시키면서 바다가 보이는 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이내 사각진 철판에 넣은 껍질굴에서 한소큼 김이 솟구친다. 입을 벌린, 살찐 통통한 알이 모습을 드러내면 빵 칼로 까먹는다. 처음에는 재래적이 아님이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깔끔함이 편안해진다. 굴 껍질도 깨끗이 씻어서, 진도에서 손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갯흙의 괴로움을 없앴다. 무엇보다 굴구이를 먹고 나서 서비스로 나오는 굴죽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젊은 여주인의 말마따나 ‘굴 구이는 집는 집집마다 비슷하지만 굴죽이 남달라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듯하다. 빈대떡, 갓김치, 시금치 나물도 상차림 된다. 또한 이 집 주인이 이강망 배를 하기 때문에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굴은 뷔페라서 원하는 만큼 더 먹을 수 있으니, 참으로 넉넉한 식당이다.


여수에 머무는 3일 동안 이 집을 찾았다. 첫날은 굴구이와 회를 1인분씩, 그리고 둘째 날은 오도리(보리새우)를 시켜서 간단하게 술 한잔을 했다. 검은 빛이 나는 감성돔 회 1인분도 넉넉하게, 오도리도 한 마리 더 얹어주고, 나중에는 소심하게만 보이는 남편도 선뜻 비싼 오도리 몇 마리를 소금에 구워 내어주었으니 말이다.


숙소는 돌산관광해수타운(061-644-7977)에 여장을 풀었다. 번듯한 숙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데다 건물조차 휘황하니 한번쯤은 체험해봐야 할 일. 사우나도 하고, 밀린 빨래도 하고, 낮에 찍은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기는 일까지 특별히 제재하는 사람이 없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돌산 풍경까지 멋들어져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갖추고 있는 듯하다.


서두르지 않은 여행을 새긴 탓일까? 아주 천천히 여행객이 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여수 어항이라는 곳도 처음 발을 내딛었다. 덩그러니 큰 건물은 경매가 끝났는지 폐장분위기다. 그곳에서 철선 배에서 고기를 선착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선주도 만나고 어부도 만난다. 삼치 작업하는 사람도 만나고, 그물을 정리하는 배 안에 들어가 선상생활을 하는 그들의 삶을 잠시 눈요기 한다. 식당, 부엌, 그리고 올망졸망한 방에는 2층 침대, 지저분한 이불과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다.



짧은 겨울 해. 돌산 대교를 건너서 아름다운 낙조를 두 번이나 원 없이 보았고, 무술목 앞에 있는 수산전시관도 들러보았다. 또한 영농조합(061-644-0636)에서 갓김치 담는 모습도 보았고, 이른 아침 갓을 생산하는 촌로들도 많이 만났다. 비록 우리나라 4대 기도처 중 하나인 향일암(영구암)에서는 원하는 일출은 맞지 못했지만 일출과 일몰, 그리고 정겨운 사람들, 맛있는 음식, 거기에 일찍 피어난 동백꽃까지 가세해 준다면 새해 시작은 한없이 즐거우리라 생각된다.



■기타 정보 : 숙박은 여수시내에 여수비치관광호텔(061-663-2011)호텔이 괜찮고 선소 앞에 있는 벨라지오 호텔(061-686-7977)등 여럿 있다. 또 한일관과 인접해 있는 로또모텔(061-654-3700)이 있다. 인터넷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가족실도 있다.



■대중교통:서울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가 있다. 소요시간은 6시간 전후. 또 서울역에서 전라선을 타고 여수역(663-7788)까지 가도 된다. 여수에서는 향일암까지 111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여수시내 곳곳에서 수시로 운행한다.



■자가 운전 : 순천에서 여수방면으로 난 17번 국도를 타고 들어오면 된다. 돌산 대교를 건너자마자 우측 길로 들어서면 유람선 선착장. 수산전시관-방죽포 해수욕장-임포항(향일암). 나오는 길에 왼편 군내 쪽으로 나오면 성두-작금으로 길이 이어진다. 굴구이촌을 벗어나면 다시 수산전시관과 만난다.



■별미집과 숙박 : 황소식당(061-641-8007, 원광한방병원 근처)과 두꺼비쌈밥(061-643-1880)의 게장백반이 괜찮고 구백식당(061-662-0900), 삼학집(061-662-0261)에서는 서대회가 일미다. 그 외 여수 해물한정식집으로 소문난 한일관(061-654-0091)은 전라남도 지정 남도 음식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 두 군데가 있다. 또 해양경찰서 옆에 있는 아구회관(061-652-9243)의 아귀찜이 맛있고 명산회관(061-684-5509)은 낚지 전문점. 여수 어항 근처에 있는 남원추어탕(061-643-1118)은 국 맛은 괜찮지만 밑반찬은 약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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