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다 못해 가슴까지 시려온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몸과 마음이 움추러든다. 이럴때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그림이 생각난다. 그림을 보면 마음은 멀리 남태평양의 쪽빛 바다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꿈을 꾸게 된다.
타이티에서 또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폴 고갱<1848-1903>은 주식거래소에서 일을 하며 그림을 수집하고 스스로 그림도 그리기 시작한다. 그가 화가의 길을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1882년 프랑스 주식시장의 붕괴였다. 실직한 고갱의 결정에는 화가로서의 빠른 성공을 기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화가로서 자신의 천재성과 행운을 믿은 것이다.
그에게 그림은 안정된 생활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잘 정돈된 인생에서 순식간에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화가로서의 성공은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은 가난이 주는 고통이었다. 가난과 고갱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는 떠난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고통 속에서도 고갱에게 그림은 생명을 부여했다.
1891년 고갱은 모든 것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타이티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가 꿈에 그리던 새로운 삶이 현실로 성취된 것은 겨우 몇 달 동안이었다.
꿈의 섬 타이티에서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았는데 고독과 가난이 고갱을 무겁게 짓눌렀다. 고갱은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절망은 떠나지 않았다.
파리 체류 시절 고갱은 사람들에게 이해 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깊은 패배감만을 얻게 된다.
출구 없는 절망을 안고 고갱은 타이티로 돌아왔다. 영혼의 끝모를 고통을 이기기 위해 술에 찌든 채 그림을 그렸지만 그를 찾아온 것은 병마였다.
자신의 감정을 감출 줄 몰랐고 예술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을 숨기지 못했던 고갱은 스스로 택한 유배 속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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