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친구는 따라 잡을 수 있어도 뒤에 오는 팔자 도망은 못 간다는 속담처럼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게 타고난 운명이라고 한다.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고 순응해서 사는 것처럼 서글픈 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기에 우리의 삶은 정답이 없다. 교과서처럼 어떤 방식이 있으면 쉽게 대응할 수 있을 텐데 방식이 없다보니 사람 각자의 삶이 다 틀리다. 삶 속에 숨어 있는 다양성 때문이다.
삶은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을 선사하고 있다. 희망만 채우고 살기도 벅차고 힘든데 절망이 우리 곁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많다. 그 절망을 어떻게 이겨나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틀려진다.
천재 화가 로트렉의 그림을 보면 자신에게 비극을 선사했던 운명을 거부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툴루즈 로트렉(1864--1901)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사고로 다리가 자라지 않는 장애인이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그를 자유롭게 했다.
예술이야말로 그를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만들었으며 그림은 로트렉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장애 때문에 집안에서조차 이방인이었던 로트렉에게 환락의 장소 물랭루즈는 도피처이자 캔버스였다.
물랭루즈에서 그는 냉혹한 관찰자로 삶의 진실을 그린다. 그의 일상은 환락의 중심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술과 여자에게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와 삶을 공유했던 창녀나 가수들이 그의 화폭을 채웠다. 물랭루즈 포스터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명성은 찾아왔지만 그의 운명에 어둡게 걸려 있던 구름은 걷히지 않았다. 로트렉은 자신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해 알콜 중독에까지 이른다. 그의 짧은 생애는 그렇게 마감하게 된다.
현실에 뛰어들어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 로트렉의 그림에서 자유로운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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