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밭이 물결처럼 출렁거리고, 때 이르게 피어난 동백꽃이 한겨울을 무색케 하는 진도에도 귀한 눈이 내렸다. 목포를 지나 해남 문내면-진도군 군내면을 연결하는 진도대교를 건너서면 진도 땅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지금 대교는 지난 84년에 만들어진 대교 옆으로 제2진도대교가 나란히 개통하면서 ‘쌍둥이 다리’가 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명랑대첩 승전지였던 울돌목과 진도대교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녹진 전망대에 오르는 것부터 진도 여행을 시작한다.

진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운림산방을 거쳐 길이 잘 나 있는 유명 관광지만 들러보게 된다. 그러나 진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금골산(진도군 군내면 둔전리)은 한번쯤 찾아가볼만하다. 진도대교를 건너 읍내로 가는 길목 우측에 삼각형으로 우뚝 솟아 있는 독특한 바위형상. 길은 해월사라는 절집 동종쪽으로도 연결이 되어 있다. 일명 상골산이라고도 부르는 금골산(135m)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진도의 금강’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기암이다. 언덕길을 오르면 바위 능선이 펼쳐지는데 옆이 확 트여서 사방팔방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마치 항공촬영을 하는 것처럼 한눈에 둔전평야가 발아래 펼쳐지고 눈길을 들어보면 세방낙조의 발가락섬까지 눈에 잡힌다. 무엇보다 이 산, 북쪽 벽에는 1470년 정후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좌우 3.5m 크기의 마애여래좌상(전남 문화재자료 제110호)이 있다. 이 마애불 배꼽에서 쌀이 나와 석굴에서 깨우침을 얻으려는 수도자들의 양식이 되었다고 한다. 등산은 주차장에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군내호에는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백조(큰고니)와 철새들이 날아든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도로변 양쪽으로 철새가 날아오는데, 백조는 주로 갈대밭이 우거진 자그마한 호수에서 먹잇감을 찾는다. 인기척에 놀란 철새들은 대장의 소리에 따라 야속하게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가창오리, 물병아리, 노랑부리 저어새 등 아직까지 숫자는 많지 않지만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죽림해수욕장, 자연산 굴 맛 ‘일품’
군내호를 벗어나 읍내를 거쳐 진도의 대표관광명소인 운림산방과 쌍계사를 찾고 이내 바닷가를 달려가면 금갑-죽림-팽목을 잇는 서망권 여행지가 반긴다. 특히 죽림해수욕장 앞에는 겨울철에만 일시적으로 굴구이촌이 형성된다. 길 옆으로 길게 이어진 포장마차 숫자는 많지 않지만 전부 자연산 굴이다.
죽림해변 주변에서 채취된 껍질 굴을 구워 먹는데, 굴 굽는 용기가 독특하다. 둥근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굴구이판. 장작불을 지피는 아궁지를 만들고 그 위에 껍질 굴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굴이 익어갈 동안 굴회를 먹는 것도 별미다. 새콤달콤한 굴회는 여느 곳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좋은 편이다. 이곳의 굴은 자연산이라 씨알이 잘다. 대신 날씨가 추워질수록 살은 통통해진다.
굴구이촌을 비껴 낙조를 만나러 가면 된다. 가는 길목에서 동석산 천종사의 설경을 감상하는 것도 기억해둘만하다. 진도에서 손꼽히는 낙조대는 세방이다. 낙조 전망대로 가는 길인 바다쪽으로 옹기종기 수많은 섬들이 떠 있다. 2백30여개의 섬들. 옥색의 바다 위로 뉘엿뉘엿 해가 기울 때면 생김새도 신기한 섬들이 짙은 실루엣으로 변한다. 섬과 섬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순간에는 숨이 막힌다. 손가락섬, 발가락섬, 사자섬 등 기묘한 섬들을 찾아보는 것도 독특한 재미다.

체험객·주민들 함께 ‘바비큐 파티’도 흥미
겨울 해는 빨리 진다. 겨울 긴밤을 그냥 보내기에 아쉬움이 남는 사람이라면 소포 전통 민속관(sopoli.com, 진도군 지산면 소포리, 010-4626-4556 : 김병철 이장)을 찾아야 한다. 일종의 소리체험. 미리 예약을 해놓으면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원래 진도는 우리나라 민속 문화의 보고로 통한다.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씻김굿, 다시래기 등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북놀이, 만가, 남도잡가 등 전라남도지정 문화재 등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금요일(남도 국악원), 토요일(향토 문화원)에 정기적으로 상설공연을 펼친다.
소포리는 정형화되지 않았다. 소포리 마을은 진도의 전통마을로 어업과 농업을 주로 하는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촌락. 그러나 조선시대 강강술래 및 6개나 되는 전통적인 행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마을이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촌부들은 행색은 시골 어느 구석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그들의 흥겨움과 춤사위는 예사롭지 않다. 음악이 나오면 절로 손뼉을 치고, 어깨를 들썩인다. 마을 주민 대부분 소리 등 재주 하나쯤은 갖고 있다.
행사는 때에 따라 다소 틀려지지만 씻김굿,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다시래기 등 중요 무형문화재와 북놀이등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민속관으로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흥겨운 소리마당을 펼친다. 능숙한 북소리에 흠뻑 빠져든 표정과 춤사위에서 장인의 향기를 읽는다. 상모돌리기 달인 어른도 함께 참여하고 끝으로는 강강술래로 막을 내린다. 하얀 천에 빨간 고름을 단 한복을 차려입은 마을 아낙들은 순서 외우기도 어려울 듯한 춤을 능숙하게 펼쳐낸다.
보는 체험객과 주민들은 어느새 혼연일체가 되어 붉으레 상기된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모든 이벤트가 끝나면 마당에서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벌인다. 씻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될, 무공해 월동 배추와 숯불에 구워낸 돼지고기 한점 얹어 홍주 한잔을 곁들이면 세상사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그곳에 흰눈이라도 펄펄 내려준다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 한 자락이 가슴에 새겨질 듯. 민박과 먹거리를 합해서 참가비는 1인당 3만원이다.

■자가운전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영산강 하구언 쪽으로 좌회전하여 해남 화원반도를 거쳐서 진도로 가면 된다. 혹은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오다 정읍에서 고창을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진도대교를 건너 금골산-군내호 철새떼 감상-운림산방-죽림 굴구이촌-세방낙조-소포리 전수관의 순서로 찾아보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
진도의 별미는 간재미회. 읍내 식당의 웬만한 곳에서는 즐길 수 있다. 세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도해 관광회센터(061-543-7227)의 음식이 풍요롭다. 조식은 읍내의 돌담한정식(061-544-1170)을 기억하면 된다. 홍주는 읍내에 기능보유자로 선정된 허화자씨네가 있다. 하지만 소주를 내리는 날이 일정치 않으므로 미리 정보를 묻고 가는 것이 좋다. 숙박은 소포리에서 민박을 하거나 읍내의 모텔등을 이용하면 된다.

■여행 Point
홍주는 기능보유자 허화자씨네가 진도 읍내에 있다. 하지만 소주내리는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참고하길. 그 외 첨찰산 기상대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으며 남도석성의 설경도 아름답다. 진도를 빠져나오기 전에 찾아볼 여행지가 용장산성과 벽파진이다. 벽파진에서는 추자도와 제주도간 여객선이 운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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