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중소기업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신통한 결과가 없었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오랜 관행이고 구조화된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의 배려에 의한 상생협력도 필요하지만, 불공정거래에 의한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 주고 약 주는, 등치고 배 만지는 식의 상생협력이 될 우려가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으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금상승 등의 비용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 유가나 원자재가 인상 등 원가상승요인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일방적 물량축소, 거래중단 등의 보복적 조치를 당하게 된다. 납품거래 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하여 경쟁업체에 넘겨주거나 자체 개발을 하는 사례들도 있다. 기술유출은 중소기업의 사활로 연결되며 실제로 이로 인하여 사업실패를 겪은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저기서 원성이 자자하지만 현실적 해결책은 요원하다.

보복이 두려운 中企
현재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과반수이상이 불공정 거래로 인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중 90% 이상이 별다른 대응조치를 하지 못하고 그냥 참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행위에 법률 적용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법에 호소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 오히려 기업생명을 단축시키기 십상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공정거래 위반 시 솜방망이식 제재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해결 강제력이나 처벌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실질적 해결을 하려면 법률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인하여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가 크다.
대기업은 회사 내 법률 전문가나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여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장이 직접 나서야 되는 등 직간접적 부담이 막대하다.
거래 당사자 간의 분쟁을 법률적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이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다른 대기업들로 부터도 거래기피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왕따가 되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래저래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법률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되어왔으며, 이러한 현실이 불공정 거래의 고착화를 가져온 원인이다.

공정위 기능 강화해야
해묵은 문제이지만 이제는 실질적 해결을 위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불공정 거래 사실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예를 들어 불공정 거래행위로 얻은 이득 또는 불공정 거래행위의 상대방이 입은 손해 중 많은 금액의 3~5배 정도 일정 배율을 배상하게 하는 방안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기업은 행위가 확인된 시점에서 3년간 정부조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상습적 불공정 거래를 저지르는 대기업은 벌점을 누적시켜서 세제나 금융 면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법률소송을 하는 경우 전문 변호사를 지원하거나 비용을 절감시켜주어서 상대적 불이익을 해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가칭 ‘불공정 거래 법률구조단’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공정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잘못 고착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다.
물론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정한 거래 질서를 만들어 간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올바른 거래 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윽박지르기에 의한 시혜적 상생협력만을 유도해서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올해는 대중소기업간 거래질서를 바로잡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감하게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 정 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