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아내리는 계절. 얼음이 녹아내리는 흙덩이는 신발을 지저분하게 만들기 일쑤고 푹푹 흙속에 파묻히는 기분 또한 달갑지 않다. 입을 옷 또한 마땅치 않다. 겨우내 입었던 칙칙하고 무거운 옷을 벗어던져 버리고 싶지만, 아직도 공기는 추워서 그럴 수도 없는 형편. 요새는 계절마저 일정치 않아서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살을 내비치기도 하고, 해빙기 때, 뜬금없이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해빙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렸듯이, 현재도 여행지 선정이 마땅치 않다. 그럴수록 상큼한 여행지를 찾아 묵은 찌꺼기들을 조금씩 걸러내야 한다.

어정쩡한 계절은 필자에게도 고민을 안겨준다. 어느 여행지를 찾아내야 하는지 한참을 갈등한다. 지루한 산하는 선뜻 여행길 오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몇날 며칠을 컴퓨터 앞에서 지루할 정도로 앉아 있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간현으로 나섰다. 아직까지 겨울 빛을 그대로 발하고 있는 섬강 주변. 겨울철이라고 해서 간현을 들러보지 않은 일이 아니니 이곳에서도 색다른 체험지를 찾아야 한다. 유원지로 들어서면서 소금산 등산로 팻말을 따라 한발짝 발을 옮긴다.

작은 금강산 트레킹

소금산(350m,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은 1997년에 3.5km 구간에 걸쳐 등산로를 개발해 놓았다. 이름에 대한 유래는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산이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역의 아름다운 풍치에는 주로 ‘소금강(작은 금강산)’이라는 이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금산이라고 명명하니 ‘행여 소금이 생산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웃음 짓게 만든다.
유원지 들어가는 길목에서 등산로 팻말을 발견한다. 초입에서 약간만 숨 가쁘게 올라가면 이내 능선 길을 만난다. 평평하기도 하고 약간의 오름을 반복하면서 혼자 산길을 걷는다. 산길 중간중간에, 독특한 장소에 맞춰 구멍바위. 바위오름터등의 이름을 붙여 두었다. 그 팻말을 따라 가면 굽이쳐 흐르는 섬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오름터와 같은 바위절벽 위 전망대는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할 만큼 전망이 뛰어나고 터가 넓어서 여러 명이서 쉬어가기 적당하다. 잠시 이곳에서 발아래로 펼쳐지는 겨울 강변 풍치에 반해 심호흡을 하고 다시 걷는다. 호젓한 산길, 시원한 강줄기, 게다가 경사도가 약해서 초보자들도 걷기에 부담이 없다. 등산길에서 여러 갈래가 나뉘기도 하지만 행여 혼자라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상 팻말만 따라 걷는다.
정상에는 쉴 수 있는 벤치와 정자가 놓여 있다. 높지 않고, 힘겹지 않으니 기분은 적당히 상쾌해진다. 심호흡을 하고 본격적으로 하산 길에 오른다. 하지만 이곳에도 복병은 있었다.
바로 정상 남쪽 암릉지대의 철 계단 구간. 거의 90도로 깍아놓은 듯한 철 계단을 바위 사이로 설치해놓은 것이다.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고 하늘까지 노랗게 보일 정도로 현기증이 난다.
철 난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일반 등산객들이 출발점을 이곳 아래에서 시작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케 한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현기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리 겁먹지 말기를. 필자처럼 미리 점검하지 않고, 오던 길이 워낙 평평해서 약간의 경사도에 놀랐을 뿐이다. 절대 어려운 산행길이 아니다.
산행이라기보다 산책로 수준이다. 바로 이 철 계단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철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중앙선 철교를 달리는 기차를 만나기도 한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떼어내면서 섬강에 발길을 내딛고, 처음 출발한 장소로 걸어오는 동안 간현암벽장을 만난다.

암벽타기의 명소-간현암벽장

이곳은 오래전부터 암벽등반장은 인기를 누리는 장소다. 앞에 벤치와 계곡이 암벽 앞으로 펼쳐진다. 이곳은 대학 산악부나 일반 산악부 그리고 전문 클라이머들이 자주 와서 등반을 한다. 따로 지도해주는 사람은 없고 동호회 등을 통해서 찾아온다. 그날도 어김없이 클라이머들을 만났다. 주부들도 몇 명 눈에 띈다. 살을 쪽 뺄 수 있다면서 암벽등반을 권하는 아주머니.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니 코치가 나서서 열심히 포즈를 취해준다. 추운 겨울을 아랑곳 하지 않고 성큼성큼 바위를 올라가는 코치. 결정타는 발을 내딛을 수 없는 위치에서 불끈불끈 솟아나온 근육이다. 근육이 알알이 배긴 뒷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이다.

피로 회복-숯가마찜질

그들을 뒤로 하고 찾은 곳은 강원참숯(여러 번 찾은 곳인데, 명함을 찾을 수가 없다. 처음 가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음에 유의하길) 숯가마찜질장이다. 몇 해 전부터 국내엔 숯가마가 매스컴 붐을 탔다. 숯을 굽던 가마가 건강체험장으로 변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숯가마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필자도 ‘몸이 좋아하는 건강여행’이라는 책자를 취재하면서 많은 숯체험장을 다녔다. 하지만 간현 주변에 있는 강원참숯은 순전히 개인의 건강을 다지기 위해 열심히 다닌 곳이다. 여러 번 동네 아주머니들과 동반해 찾았고, 고기도 구워 먹는 등 즐겁게 숯찜질을 즐겼다. 이날 소금산 트레킹 후에는 혼자서 숯가마를 찾아 산행에 지친 발을 피로를 뜨거운 찜질로 풀어냈다. 사실 이곳은 체험비가 여느 곳보다 싸고 체험 가마가 많지 않아 언론에는 소개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북적거려질 터, 필자는 이곳만한 곳을 다시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숯가마에 피로를 풀고 나면 몸은 금세 가벼워진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많이 알려져서 할머니들은 일찍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동화역에 내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기타 자세한 문의 : 지정면사무소(033-741-2604, 2644)

■ 대중 교통 : 청량리역(02-969-8003)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간현역(033-731-7783)에 하차. 이른 아침에만 통근열차만 운행되는 것을 참조하길.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또는 원주에서 원주-간현리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1시간 간격 운행, 25분 소요. 문의 : 원주 시외버스 종합정류장(033-743-8307)
■ 자가 운전 : 영동고속도로 이용-문막 IC-북동쪽 원주방향으로 42번 국도로 가다가 우측 간현국민관광지 팻말이 나선다. 만낭포주유소(SK)앞에서 88번 지방도로 좌회전-간현유원지.
■ 강원 참숯 위치 : 문막에서 간현방면으로 오다보면 길가에 자그마한 팻말이 있다. 팻말따라 언덕길을 넘어서면 만난다.
■ 맛집 : 가장 좋은 방법은 숯가마에서 숯불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일이다. 고기도 팔고, 김치도 맛이 좋다. 미역국도 싼값에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문막에 있는 대감집(033-734-5637)에서 보리밥을 먹어도 좋다. 한끼 식사집으로는 충분한 곳이다. 그 외 하얀집(033-732-4881)은 황토오리구이를 하는 오리집으로 주변에 소문났다. 또 선매운탕(033-732-6076)의 매운탕 맛도 괜찮다. 역무원이 소개해준 지정면에 있는 새서울 식당(033-731-6017)은 백반이 괜찮다.
■ 숙박 : 민박과 모텔이 두어곳 있다.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크밸리(033-730-3500)의 콘도를 이용해도 좋다. 간현국민관광지에는 여관과 단지내 민박이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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