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국가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으로 전해질지 모르나 중국고대 주(周)왕조 건국의 1등공신인 여상(呂尙:속칭 太公望)은 “天下는 군주(君主) 한 사람의 天下가 아니다. 天下에 사는 모든 사람의 天下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획득 민심수람을 위한 가설(假說)이었다.
‘天下는 萬民의 天下다’하는 인식은 동양에서는 군주천명설(君主天命說), 서양에서는 군주신권설(君主神權說)에 유래했다고는 하지만 여상 태공망도 齊나라의 제후(諸侯:王)로 부임해 정권을 손에넣고 보니 그 萬民을 다스릴 통치술이 필요했다.
왕으로 부임한 태공망은 齊나라에 질서를 세운 뒤, 동해변에 산다는 天下의 명사(名士) 광율화사(狂率華士)를 고관으로 초빙할 생각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광율화사는 찾아온 일국의 왕을 세번이나 왔는데도 문전박대했다.
크게 노(怒)한 太公望은 광율화사와 아우를 잡아 사형에 처했다. 그리고 사형에 처한 이유를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밝혔다.
광율화사 형제는 서로 상의해 “우리는 天子의 신(臣)이 되지 않으며 후(侯)와도 사귀지 않는다. 밭갈아 먹고 샘파서 물마시고 타인에게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다. 작위관직(爵位官職)은 얻을 생각도 없고 군주(君主)의 녹(祿)은 먹지 않는다”라고 결정했다.
天子의 신(臣)이 되지 않으니 王인 나도 이들을 신(臣)으로 삼을 수 없다. 이들은 마땅히 사직과 백성을 위해 사용해야 하지만, 부귀, 명예, 출세를 거부하니 상벌(賞罰)외에 그들의 행동을 규제할 다른 수단이 없다.
작위관직(爵位官職)이 없으면 지식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고, 군주(君主)의 녹을 먹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한 현자(賢者)라도 왕과 나라와 세상에 필요한 지식이 소용없다. 王을 소홀히 하는 행위는 불충(不忠)이다.
이미 앞서간 王들이 신민들을 등용하는 수단으로 작녹(爵祿)이나 형벌(刑罰)밖에 없었다.
군(軍)에서 공을 세운일도 없고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일에 공헌한 일도 없으면서 이름만 유명한 것은 국민교육상 좋지 않다.
여기에 千里馬라는 명마가 있다. 모든 사람이 千里馬를 가지고자 하는 것은 빨리 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천리마가 가지도 오지도 않고 左로도 右로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천(賤)한 신분의 머슴이나 下人도 무상으로 줘도 싫다 할 것이다.
쓸모없는 말은 下人배들도 소용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기 스스로는 현자(賢者)임을 자처해도 군주(君主)에게 쓸모 없다면 그것은 현명한 군주의 신(臣)이 아니다. 이러한 이름뿐인 인간이나 名馬는 제거돼야 한다.
광율화사 형제가 사형된 것은 이 때문이다.
太公望시대에도 시대를 부정하는 者는 살아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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