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21일 개최한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산업·중소기업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정책자금 직접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주제발표는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사회는 현오석 무역연구소장이 맡았다. 토론은 소주제로 첫째 정책자금필요한가. 둘째 직접대출과 대리대출. 셋째 정책자금 대출과 신용보증의 단일화. 넷째 지원대상 중소기업 설정 적정성 여부 등으로 진행됐다. 전체 토론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송혜자 여성벤처협회장 =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기술개발자금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경험으로 창업초기 기술성과 사업성만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곳은 중진공을 빼고는 사실 아무데도 없었다. 말로는 성장성 등으로 대출해 준다고 해도 결국 물적담보와 인적담보 없이는 불가능했다.
한 기업이 우량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많은 땀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윤만을 추구하는 은행은 이런 어려움을 겪은 리스크가 별로 없는 우량기업만을 찾아다닌다.
장기적으로 우량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 창업초기 단계로 매출이나 수익이 일어나지 않는 기업에게 과연 잠재적 성장가능성만으로 신용대출을 해 주는 은행이 있을까. 중소기업인은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일부 부실기업의 부정적 영향 때문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혁신형기업의 육성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라고 본다.
△최병길 금호생명 부사장 = 2000년 이후 대기업대출은 줄고 중소기업대출은 늘고 있다. 대출액 증가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출, 고용 등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즉 대기업의 자금대출은 줄고 있지만 수출과 고용은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기업은 선진국기업이다. 자금지원해 주고 보호위주의 중소기업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기관의 빠른 역량강화가 기업과 금융기관간의 윈-윈(win-win)하는 길이다. 정책자금은 직접대출보다는 투자위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이귀재 산업은행 산업기술평가원장 = 과거 담보위주에서 탈피해 기술이나 사업성을 보고 신용대출해 주는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 기업입장에서는 피부에 느끼는 변화는 없다고 하는데도 공감한다. 그러나 시장을 통한 공급과 정책자금지원이 축소돼야 한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해 올해도 1천억원을 기술만을 보고 지원한다. 리스크가 있어도 성장성을 보고 지원해 준다.
다른 은행도 이러한 추세는 증가할 것이므로 정책자금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이종욱 서울여대교수 =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한국의 미래성장동력으로 당연히 정부가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이 바젤Ⅱ를 적용한 BIS를 맞추기위한 시장실패 범위는 늘어난다. 정책자금 증가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은행가면 신용이나 담보가 있어야 한다. 이런 기업에게 은행은 아무 도움이 못된다.
△김주훈 KDI 선임연구위원 = 정부지원 이유가 시장에 맡겨놓으면 돈이 중소기업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시장실패가 왜 발생하는지 개선해 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자금은 우는 아이 젓 한 번 더 주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은행에 돈이 쌓여있다.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자료에 의하면 IMF이후 정책자금을 받은 기업의 차입의존도는 더 높아졌고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300만개 중소기업에게 1억원씩 지원해 봐라. 300조원이 필요하다. 어떻게 정책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윤동섭 중소기업청 기업성장지원국장 = 당연히 정책자금은 있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정책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김 박사는 300만개 중소기업을 모두 지원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중앙회 조사에서도 75.5%의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KDI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성만을 따져 정책자금의 실효성을 주장하는데 정책자금의 근본 목적이 배제돼 있다. 정책자금을 받아 수익을 실현시키는데는 적어도 5년에서 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KDI는 최장 3년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또 중소기업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정책자금을 받은 기업의 수익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좋게 나왔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그것이 중소기업에 흘러 들어갈 것이므로 정책자금을 줄여야 한다는 발상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정말 그 자금이 중소기업에 온다고 믿는 것인가. 은행은 날씨 좋을 때 우산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가져가는 생리를 갖고 있다. 어려운 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용걸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 정책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됐다. 꼭 필요한곳에 가야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책자금은 시중금리보다 저금리라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기업도 우선 정책자금을 받고 보자는 식이다. 중소기업정책자금이 기술력있고 현재 어려운 기업이 받지 못하고 우량 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가고 있다. 정책자금 아니면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기업에 지원돼야 한다.
△임종수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조사본부장 = 은행의 대리대출로 바뀌면 과연 정책자금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까. 상당히 회의적이다. 시장실패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만들었다. 정책자금 지원이 생긴지 30년 동안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였다.
중소기업의 실상과 상품에 대해서는 어느 기관보다 중진공이 잘 알고 있다. 직접대출 역할을 계속해서 중진공이 맡아야 한다. 은행의 순수신용대출 비중은 11%밖에 안된다. 대부분이 담보나 보증서를 갖고가야 한다. 작년에 중진공은 부동산담보 대출이 8%, 은행은 80%가 담보를 통해 대출됐다. 은행으로 정책자금 창구가 바뀌면 중소기업은 거의 정책자금을 받을 수 없다. 더욱 은행은 대부분이 외국계로 넘어가 수익성을 더욱 따질 수 밖에 없다.
△이종욱 = 중진공은 정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서 직접 기업인과 면담하고 검증한다. 은행은 회수가능한지부터 따지지만 중진공은 직접대출과 함께 사후관리, 컨설팅까지 지원한다.
△윤동섭 = 최근 기업의 외적 변수인 기업윤리 등도 따진다. 심사자의 전문성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진공의 대출 부실비율은 3.8%로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낮다. 다시 말해 대리대출은 중소기업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행위다. 정부가 직접대출을 늘리겠다고 밝힌 게 1년이 안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부실이 무서워 직접대출을 피하겠다는 생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종욱 = 정책의 단순화가 좋은 것처럼 주장하는데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다. 고객의 니즈에 맞는 대출과 신용상품이 제공돼야 한다. 수많은 중소기업의 경우를 한 가지 경우로 통합해서 지원할 수는 없다.
△김주훈 =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방 안에 있는 중소기업(지원기업)은 밖에 있는 수 많은 기업을 생각해야 한다.
△송혜자 = 작년에 이미 신용보증규모를 축소했다. 정책자금을 신보로 대체한다면 상호모순이고 일관성 없는 정책이 된다. 만일 단일화하면 정책자금의 속성은 장기적 계획에 의해 실행되는데 신보는 매년 단위로 재보증을 해 주기 때문에 기업의 안정성이 깨진다. 또 특히 은행의 우량기업 위주의 운영에서 기술력있는 창업초기 기업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윤동섭 = 혁신형기업은 뛰어난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향후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도록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한 기업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혁신형기업은 성장가능성이 매우 큰 기업이지만 높은 리스크로 인해 시장에서의 금융조달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금융시장의 실패 영역이다. 따라서 혁신형기업군에 대해서는 융자, 투자 등 금융지원과 함께 마케팅, 인력 등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진공의 융자사업의 중점 지원대상은 은행권이 기피하는 시장실패 영역으로 창업기업, 기술사업화기업, 시설투자 기업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임종수 = 혁신기업은 첨단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섬유 등 전통적인 산업에도 혁신기업은 있다. 이렇게 볼 때 중진공의 혁신형 기업 대상에는 기술혁신 뿐 아니라 경영혁신도 포함해 혁신형기업의 틀을 짜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다. 다만, 실제 혁신형기업에 해당하는 비율은 5% 미만으로 추정되므로 혁신형 기업이 되기위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범위자체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혜자 = 중진공의 정책자금은 정책목적성이 큰 창업기업, 개발기술사업화, 수출, 장기시설투자, 재해기업을 주요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인 정책자금을 이미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보다 리스크가 있지만 성장가능성과 기술혁신성이 있는 기업에 정책자금 배정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엔젤, 캐피탈 등 민간 투자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성 있는 초기기업이 투자를 통한 혁신형기업의 육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혁신형 기업육성을 통한 국가경제의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책자금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 예로 충북 보은의 자이리톨껌을 생산하는 대영식품은 2001년에 개발하고 대기업의 OEM생산에서 자체생산으로 돌리는 과정에 운전자금이 필요했지만 어떤 은행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 혁신형기업이 아닌 대영식품에게 중진공에서 성장성을 보고 신용으로 10억원 대출해줬고 판로개척과 컨설팅까지 지원해줘 2004년에는 1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윤동섭 = 작년 6.23대책에서 중소기업 금융지원의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본격 시행중이다. 이 대책이 본격화되면 정책자금의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고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일부 증가했다고 해도 이는 우량기업에 한정된 현상이고 시장실패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효율성 강화를 위한 정책자금 개편방안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다시 효율화를 이유로 정책자금을 축소할 경우 창업초기 기업, 혁신형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육성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임종수 = 결론적으로 정책자금 대리대출 전환은 최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분위기에도 역행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작년 정책자금 대리대출시 부동산담보가 80.7%에 달했다는 사실, 신용보증의 시설자금 융자보증이 8.6%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책당국자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동환 길라씨엔아이 책임사원(발명가) = 260개 특허를 갖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훈장도 받았다. 이 자리가 건강한 토론이 됐는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의 의견이 배제된 토론인 것 같다. KDI의 발표를 보면 어떤 결정을 내려놓고 맞춰가는 느낌이다. 기술만 믿고 이 자리에 참석한 분의 은행에 대출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가. 신용보증기금에 정책자금을 통합하겠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신용보증수수료가 3%다. 은행은 기술만 믿고 대출해 줄 마음이 없는데 보증서 받아간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정책자금을 없애겠다는 것 아닌가.
△장성숙 엑큐리스 부사장 = 정책자금을 공짜로 주는 것처럼 말하는데 중소기업을 걸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자 주고 쓰고 있고 기업을 해서 고용창출하고 세금내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개인만 먹고 살기위해 경영하는 것이 아니다. 제목부터가 ‘정책자금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가’가 무엇인가. 아예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말 아닌가. 주제발표처럼 된다면 정부가 중소기업을 버린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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