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애프터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한국가전제품을 삽니다.”
“한국업체는 다른 나라보다 신제품을 빨리 내놓기 때문에 국제 전시회장에는 한국관으로 사람들이 몰립니다.”
“GE 이멜트 회장은 임원들을 한국에 파견해서 한국기업의 스피드 경영을 벤치마킹하도록 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빨리빨리’세계가 주목

지난해 세계적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LG전자 프랑스 법인에 꽃다발과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60인치 PDP TV가 고장 나서 신고했더니 서비스 요원이 하루 만에 패널을 바꿔줬다. 놀라운 일이다.”
보통 유럽 소비자들은 고장 난 물건을 들고 업체를 찾아가지만 한국 업체들은 집이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간다.
게다가 수리하는 기간이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걸린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하루에서 2~3일이면 수리를 끝낸다.
최근 미국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한 한 특파원의 기사도 재미있다.
집수리를 하려고 알아보았더니 ‘언제든 하고 싶을 때 시작해서 일주일이면 끝내주겠다’는 답을 들었는데 미국에서라면 석달 기다려서 3주 동안 수리했을 거라면서 감탄하고 있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서비스센터에 신고했더니 다음날 사람을 보냈는데 이 역시 미국이라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빨리빨리가 순기능으로 작동하면 행복한 감탄사가 나온다. 그러나 빨리빨리가 주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아이들 시험과목은 두 배로 많고 진도는 네 배쯤 빨라서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 뒤에서 요란한 경적이 울린다.

이제 ‘느림 속 가치창조’로

걷는 것도 빨라야 하고 식당에서 밥도 빨리 먹어야 한다. 휴대전화도 빨리빨리 바꾸지 않으면 소유자까지 ‘구닥다리’로 몰린다.
빨리빨리문화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 40년간 압축성장을 해 온데다가 디지털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속도의 경제’에 매달려 온 것이 사실이다.
빨리빨리가 주는 비용절감과 경쟁자보다 한 박자 먼저 움직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명품’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감성지능(EQ) 이론을 주장한 하바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다니엘 골맨도 ‘지연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금 늦더라도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빠름’과 ‘명품’을 결합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윤 은 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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