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복사꽃을 취재하기 위해 내려가는 날, 봄바람이 매서워 이르지도 않게 챙겨 입은 봄옷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강릉을 기점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마냥 아래로 향해 달려간다. 삼척 즈음에서만 2차선 길이고 내내 4차선 길이라 많이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울진의 후포항을 지나고 평해에 이르면서 영덕 땅에 다다르고 이내 고래불 해수욕장을 만난다. 고려 말 학자 목은 이색 선생이 명명했다는 ‘고래불 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의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대진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대게마을
이 즈음부터 해안 길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곧추 갔다가 영덕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길을 놓치고 말기 때문이다. 병곡부터 대진항-사진항-경정항-축산항-창포항-강구항까지 이어지는 35km 구간의 환상적인 해안도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멋진 해안 길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축산항을 지나 경정항(경정2리의 차유마을)에 이르면 ‘대게元祖마을’ 비가 세워져 있다. 비에는 “고려 29대 충목왕 2년(서기 1345년)에 초대 정방필 영해 부사가 부임해 관할지역인 지금의 축산면 경정리의 자연부락이며, 대게의 산지인 이곳 마을을 순시했다. 그 후부터 마을이름을 영해부사 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왔다고 해 차유(수레 車 넘을 踰)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마을 앞에 동해의 우뚝한 죽도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흡사해 대게로 불리어 왔으며 우리는 이 마을의 내력을 따라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명명해 표석을 세워 길이 기념코자 한다. 1999년 4월 17일 영덕군수 김우연”라고 씌어 있다. 불어대는 봄바람이 매서워서인지 주위는 썰렁하기만 하다.

영덕 해맞이공원

더 아래로 내려가면 해안 길의 백미로 꼽히는 ‘영덕 해맞이 공원(강구면 창포리)’을 만난다. 붓꽃이 많이 피는 바닷가라고 해서 ‘붓개’ 또는 ‘창포’라고 붙여진 이곳은 해양수산부로부터 ‘4월의 가장 아름다운 어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붓꽃은 보이지 않고 공원엔 때 이르게 철쭉이 피어나고 노란 수선화 등을 심어 봄 향을 풍겨 내고 있다. 전망대 두 곳을 사이에 두고 바다를 향해 산책로를 만들어 두었다.
가파른 언덕길과 탁 트인 바다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여행지다. 머지않아 해당화가 곱게 피어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산정에 못 보던 풍차를 만나게 된다. 산 위에 해풍에 빙빙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2005년 4월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것. 산정을 향해 길은 잘 나 있다. 일정에 쫓기고 있지만 차는 어느새 풍력단지를 향해 오르고 있다.
산정으로 오를수록 풍차 수는 늘어나고 멀리 산과 바다가 한꺼번에 조망대면서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강구항의 대게축제

언제나 쫓기지 않는 여행은 필자에게 꿈과 같은 일이다. 해안 길을 따라 강구항으로 내려오는 동안 다양한 해안풍경을 만난다.
매서운 파도를 가르면서 긴 장대를 이용해 미역을 따는 사람들, 주말을 맞이해 말린 미역을 길가에서 팔고 있는 할머니들, 오징어를 해풍에 말리는 사람들, 작아서 앙증맞게 보이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물고기를 말리는 모습,
옥색 바다와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붉은색 등대, 먹이를 쫓아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 갈매기떼 등등. 흔하게 볼 수 있는 어촌 풍광이지만 바다와 매우 가까운 길목이라서 더욱 생동감이 이어진다. 해안 길은 강구항에 이르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마침 대게축제(4월 14일∼16일까지)날이라서 더욱 분주해서 교통대란이다. 난전에서는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바닷가에서는 나름대로 신경을 쓴 듯한 축제 행사가 펼쳐진다.
대게의 제 맛은 속살이 꽉 찬 2월부터 4월까지란다. 이 시기에 조업도 활발하고 가격도 저렴해져서 대게 먹기에 딱 좋은 시기라는 것. 이후 산란기가 시작되는 6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는 대게잡이가 금지된다. 난전에는 대게를 구입해서 따로 돈을 내고 찜통에 쪄주는 곳이 즐비하다.

복사꽃 농장

대게 다리 하나도 맛보지 못한 채 지품면 복사꽃 마을을 찾아든다. 영덕에는 지품면과 달산면 주응리 등 어디를 가든 손쉽게 복사꽃 농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품면 일원을 복사꽃 마을이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황폐된 농지에 복숭아를 식재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른 것.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삼협리 복사꽃마을 구릉에 심어놓은 복사꽃 단지.
올해는 예년보다도 날씨가 차가워서인지 70%(4월14일 기준) 정도. 복사꽃 너머로 오십천변의 다리가 아스라이 그림을 그려준다. 여행객이라면 굳이 능선까지 오르지 않아도 좋다.
영덕-지품-진보로 잇는 길목 어디에서나 복사꽃, 배꽃이 즐비하니 말이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신양 삼거리에서 69번 지방도를 따라 옥계계곡에 이르는 길목을 찾아도 좋다.
복사꽃은 꽃이 질 무렵에 꽃잎이 진분홍색으로 더욱 붉어져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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