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은 늘 마음과 몸을 부산하게 만든다. 금세 한해가 흘러가버리는 봄을 애써 부여잡으려 수 주 동안 길에서 헤매고 있다. 세월이 짧기 때문이다. 올해를 놓치고 나면 또 내년이 기다리지만 그때도 장담할 수 없음은 뻔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외쳐대는 곳들을 하나 둘 섭렵하려는 욕심이 없다면 봄은 내 곁을 떠나고 말 일이다. 그중 하나가 통영 한산면 매죽리의 소매물도다. 해풍 탓에 연 이틀을 주변을 맴돌다가 겨우 찾아간 작은 섬은 말 그대로 살아 생전 한번은 찾아봐야 할 섬이었다.
배편은 하루에 두번(오전 7시와 오후2시, 주말에는 오전11시 증편)운항한다.
서둘러 서호시장 안에 있는 시락국(055-646-8843)집에 들러 3천원짜리 요기를 한다. 국 맛이 시원해 속이 든든해지는데, 너무 맛있어서 돌아와서도 다시 한번 찾을 정도. 이 집은 시장에서 회를 사오면 공짜로 포를 떠주기도 하고, 인심이 좋아 서로 나누어 먹는 곳이다.
통영항에서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섬에 도착하면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촘촘하게 밀집돼 있는 민가를 만나게 된다. 매물도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 3섬을 통틀어 말하는데 소매물도는 면적이 2.51㎢에 불과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섬. 가구 수는 20여 가구 남짓이라고 한다. 우선 마을을 비켜서 등대도를 찾는다.
고갯마루에는 언젠가 TV에 소개됐던 폐교가 나오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멋지게 보였던 주인은 2년 전에 섬을 떠났다고 한다.
폐교를 나오자마자 등대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리 들은 공룡바위로 가라는 정보를 따라 왼쪽 길로 가다가 다시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정상으로 가는 망태봉으로 가는 길은 여간 가파른 게 아니다.
망태봉 정상에 이면 아름다운 등대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마디로 ‘멋지다’ ‘아름답다’라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등대도는 관광객들을 위해서 일부러 돈을 투자해 만들어 놓은 곳이란다. CF촬영지로도 이용된 곳이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면 등대도를 잇는 바닷길을 만난다. 하지만, 이 바닷길이 복병이 될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 상상하지 못한다. 중간에 이어지는 길엔 파도가 제법 세서 먼저 온 연인 한 쌍이 되돌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곳도 물때가 있어 한물에서 물이 줄어들다가 다섯물부터 다시 불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파른 해안 단애와 기암들이 펼쳐지는 모습은 어디를 가나 장관이다. 멀리 풀어 뜯어 먹는 염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주인은 있지만 잡을 수 없는 야생 흑염소란다. 공룡바위 쪽으로 갈수록 모습은 더 장관이다. 용바위, 부처바위, 깎아지른 병풍바위, 목을 내민 거북바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촛대바위 등의 아름다운 해안절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그 사이로 고깃배 두 척이 오랫동안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은 짧지만 가파른 해안 길을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프다. 무거운 카메라 때문에 도시락도 준비하지 못했다. 여행객이라면 필히 통영항 근처에 있는 충무김밥이나 오미사집에서 꿀빵(055-645-3230)을 준비해 오면 될 일이다.
2~3시간이 소요되니 섬 전체를 다 구경한 듯하다. 서둘러 선착장으로 향해 물질하고 나온 해녀들을 만난다. 해녀들은 한아름 들어 보인다.
막 따온 싱싱한 전복과 해삼을 횟감으로 요기를 하고 3시 배를 타고 섬을 나오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짧은 섬 여행을 마쳤지만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은 소매물도의 등대섬. 언젠가 또 한 번 가볼 기회가 내게 주어질지는 미지수지만, 해국이 피어나는 가을철에는 한번쯤 발길을 이곳에 딛고 싶다. 쫓기지 않고 섬에서 하룻밤 묶으며 긴 추억을 만들어 내고 싶은 아름다운 섬임은 굳이 강요하지 않으련다.
■여행포인트 : 섬이라는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날씨가 큰 관건으로 미리미리 일기예보 꼭 확인해야 하며 행여 날씨가 좋지 않으면 섬에서 오랫동안 머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사람이 살고 있지만 일단 물자가 귀하다. 먹을거리나, 마실 거리 등은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즉석에서 잡아 회를 먹어도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유람선 일주를 해도 좋다. 모든 민가가 민박을 한다. 섬에서 개조된 집은 단 한 군데. 다른 곳은 지붕 낮은 어촌식 건물이다. 필자는 오민정(055-643-7436) 아주머니 집에서 민박을 하려다 싱싱한 회만 사먹고 돌아섰다.
■가는방법 : 무주-통영 간 고속도로 이용. 통영에서 여객터미널에 가면 된다. 소매물도 배편은 고려개발(055-645-3717)에서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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