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로 온 나라가 부산하다. FTA 체결의 득·실을 따지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도 열심이지만 한미 FTA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로의 문호를 좀 더 개방하고 자유롭게 경쟁해보자는 대상이 미국이라는 초일류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에 정성을 쏟고 있으나 속으로는 내심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교과서적인 시각에서 보면 별반 FTA를 반대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서로가 더 싼 가격에 더 잘 만들 수 있는 것을 서로 더 많이 사고 파는 가운데서 양국의 생산과 고용이 늘고 궁극적으로 소득이 증가한다는 논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비자는 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대응방안은 거의 부재 수준

문제는 생산자다. 아무리 한·미 FTA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보아도 근본적으로 상대국이 우리를 돕기 위해 FTA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FTA로 인해 수혜를 입는 분야도 있지만 당연히 피해를 보는 분야나 산업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의 경쟁력이 상대방보다 취약한 분야에서 발생한다.
보다 엄밀하게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어떤 분야나 산업군에 속해있냐에 관계없이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데다 FTA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기 힘든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한·미 FTA를 계기로 여타국과의 FTA가 연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의 추진은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고 이는 다시 국내 사업체의 87%, 종업원의 99.8%를 점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환골탈퇴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과연 우리가 한·미 FTA를 추진함에 있어 얼마나 중소기업의 시각에서 고민하고 접근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숨기기 어렵다.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을 보면 소위 소기업이 대부분이고 그 가운데서도 5∼10인 미만 종업원을 거느린 소상공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반 기업들과 달리 이들은 FTA의 내용과 효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울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정부에 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조직력도 취약하다.
더욱이 대외적인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들의 경우에는, 마치 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어느새 국내 나무젓가락 제조공장이 사라졌으나 아무도 그것을 경고하지 못했던 것 처럼, FTA가 중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올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다수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접근방법이 좀 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포괄적이고 세심해야 될 필요가 있다.

中企 눈높이 맞추는 대응 필요

우선 한·미 FTA를 포함한 중장기 FTA 로드맵과 이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과 청사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중소기업들에게 교육·홍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생생하게 협상 테이블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앉아서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그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하는 실질적인 접근 노력과 채널의 구축이 바람직하다.
FTA의 수혜자랄 수 있는 소비자들도 동시에 생산자들이며 또한 이들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속한다. 중소기업은 우리 산업의 핵심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다. 좀 더 전략적 시각에서 FTA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준 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