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와 알토의 중간에 메조소프라노가 있는 것처럼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의 중간에는 메조(meso) 영역이 있다. 메조는 네트워크 사회의 발전, 신구조주의(neostructuralism)의등장, 그리고 격변하는 세계시장에 대응하는 경쟁력 신체제의 필요성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남미식 신자유주의는 정치·사회와 경제를 분리해 권위주의 정부나 전통적 계층사회에서도 자유주의 시장체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이 더 중요한 본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상한 주장은 흔히 시장 실패와 부패로 인해 퇴색되게 마련이었다.
이에 대해 신구조주의자들은 세계시장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정치, 경제, 사회를 포괄하는 네트워크 즉,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정·산·학·연) 및 사회집단들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수평적·정치적 조정 네트워크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 재정, 공정거래, 물가, 세제, 환율, 창업지원 등의 거시적 기업환경, 그리고 제품개발, 혁신, 품질, 판매 등의 미시적 문제로 나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경제를 거시와 미시로 나누고 나머지는 정치, 사회, 문화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것은 일부 경제학자들의 편의적 발상일 뿐이다. 거시와 미시 사이에 메조 영역이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中企 문제해결 ‘메조’영역에서
메조를 모르면 진정한 경쟁력을 배양할 수 없으며 특히 중소기업 문제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국민경제를 논하는 거시적 관점도 아니고 개별기업 차원의 미시적 관점도 아니다.
메조 영역에서는 중소기업, 공업단지 등 특정한 기업집단(클러스터)에 초점을 두고 지속적 경쟁력을 위해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일이 강조된다.
메조 영역에는 물적 인프라(입지·수송·통신·에너지), 인적 인프라, 무역 인프라, 기술개발, 환경에 관한 정책들이 포함된다. 정·산·학·연 및 사회집단의 협력 네트워크 개발은 메조 수준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중간매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네트워크 조정자 돼야
독일의 칼레비안 자유도시 프로젝트는 컨설팅회사, 국회의원, 과학부가 협력해 중소기업 집단을 메조 수준에서 잘 관리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지역의 고용은 독일 평균치보다 20% 많고 상향식 의사결정이 존중되며 노동조합은 건전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다.
정·산·학·연 및 사회집단들의 역량이 결집되고 과학자와 지도자들의 참다운 권위와 지식이 활용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디크 메스너는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를 로마제국의 전투용 4두 마차에 비유해 지역사회, 시장, 조합단체, 정부의 4요소를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시민단체까지 포함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는 체계적인 네트워크 사회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또한 중소기업 문제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가급적 정부 규제를 줄이고 시장친화적 체제를 지향하겠다는 최근의 발표는 일단 긍정적이나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자유주의 시장기능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정부 역할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은 소프라노 또는 알토만 있는 음악과 같다. 정부는 중소기업 문제와 관련된 경제 외적 문제까지도 조정할 책임을 갖는다.
거시, 미시와 함께 메조 영역까지 생각해야 한다. 소프라노, 알토의 특징 있는 노래 가락도 좋지만, 메조소프라노의 그윽한 노래 소리가 더 그리운 시절이다.

이재관(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장)
jk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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