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고용허가제인가
상태바
누구를 위한 고용허가제인가
  • 없음
  • 호수 1437
  • 승인 2003.0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해 주기 위해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외국인고용허가제는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외국인근로자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도입하는 것인가? 외국인근로자, 관련기관, 시민단체 등 그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목적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수요자인 중소기업계는 고용허가제를 왜 반대하는 것인가? 첫번째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략 외국인근로자는 월94만원 정도, 내국인근로자는 115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경우 당장 21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연월차, 생리휴가, 정기휴가, 퇴직금, 상여금, 휴가비, 국민연금, 고용분담금 등을 감안할 경우 인건비는 최소 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산성 대비 임금수준 높아
고용허가제 주장자들은 외국인근로자들의 생산성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고, 현 산업연수생의 숙식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하면 인건비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중소기업 임금구조는 유사업종, 인근기업의 임금수준에 맞춰 지급하는 것이 통례이다. 생산성을 일일이 따지기도 어렵거니와 숙식비를 월급에서 공제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사업장으로 모두 달아날 것이다.
둘째로는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관련법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경직적이라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견해이다. 기업이 망해가도 고용의 유연성을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경제특구를 지정, 연월차, 유급생리휴가 폐지 등 노동규제를 푼다는 정부의 대책이 나오겠는가.
고용허가제로 도입한 외국인근로자는 지역별, 업종별로 노동조합을 구성할 것이다. 단체교섭, 단체행동을 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대신해서 산별, 상급노조가 교섭을 대행하고 인권·노동단체가 뒤에서 머리띠와 피켓을 만들어 주며 단체행동을 부추길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노동시장에서 경험했듯이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은 올라가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현재도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이 올라 3D업종이나 지방중소기업의 근무를 회피하고, 쉽고 편한 일만 찾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래저래 중소기업자는 고임금과 복지를 요구하는 외국인근로자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ILO 규정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소리높이 외쳤던 노동·인권단체는 노동3권의 일부를 제한하고, 가족입국과 국제결혼 금지 등을 통해 노사불안정과 사회적 비용증가를 방지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근로자의 권리를 내국인근로자와 동등하게 보장한다는 당초 노동부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어서 국내외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매우 크다. 산업연수제도가 편법이며 정직하지 못한 제도라고 매도했던 노동계의 태도가 궁금할 뿐이다.
셋째로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불법체류자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수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라는 주장은 잘못됐다. 국내 29만명의 불법체류자 중 산업연수생의 이탈자는 5만명으로 17%에 불과하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관광, 친지방문, 단기취업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들이 대다수이다. 비록 고용허가제를 실시해 입국한 외국인근로자가 이탈하지 않아도 다른 비자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이 이탈해 불법체류자는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조선족에 대한 동포애와 외국인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국민의 정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산업연수제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부의 단호하지 못한 단속이 주범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은 자국공항까지 온 외국인에게 체류지 주소를 모르면 되돌려 보내고 있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불법체류자의 추한 모습을 TV에 보도하면서 지능적으로 추방하고 있다.

외국인력정책 업계입장 고려를
대만은 불법체류자 신고시 포상금을 내걸고, 독일은 귀국장려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군함을 동원해 불법체류자를 내보내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태형으로 벌을 다스리기도 한다. 각국 정부의 불법체류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이 불법체류자의 대책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례들이다.
외국인력정책은 산업측면에서 보느냐 인권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큰 시각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한국의 국민소득 9,700달러. 일본의 국민소득 37,000달러. 누가 보아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소득이 4배 가까이 높은 일본조차 아직 고용허가제가 아닌 기능실습제를 실시하고 있다. 산업측면에서 외국인력정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나라의 정책과 경험, 중소기업의 부담, 국익 등을 면밀히 분석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국명(기협중앙회 외국인연수협력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