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망하고 있는 빌게이츠는 사실상 중소기업인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이끌고 있는 기업의 80%는 중소기업입니다. 우리에게도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중심이며 자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인 스스로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을 때 중소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먼저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중소기업인이 스스로를 소중하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의 비전에 대해 말할 때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치고 단호하다.
한국경제의 미래는 곧 중소기업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다만 그 과정에 어느 정도의 고통과 인내는 필수적이다. 지금이 그 과정이다. 이 청장은 중소기업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중소기업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게서 희망이 없으면 국가의 희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국가비전은 곧 중소기업을 통해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30일 오후 본지는 서울의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실에서 이 청장을 만나 중소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의 철학과 정부의 중소기업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내용을 소개한다.

- 산업자원부와 청와대, 당 전문위원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정책입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중소기업정책을 이끌게 돼 중소기업인의 기대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현장을 파악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 3월 청장에 부임 후 1주일에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중소기업 없는 중소기업청은 없다’는 신념으로 청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현장을 방문하고 여러 기업인을 만나보니 기업형태와 규모가 다양하듯 애로도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 만큼 중소기업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꼈다.”
- 올해 중소기업정책의 큰 방향과 기본 골격을 말씀해 주십시오.
“현장 방문을 통해 알 수 있었듯, 중소기업정책은 수요자인 중소기업 중심으로 정책서비스 체계를 혁신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모든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유가와 환율 하락이라는 복병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청의 모든 직원도 비상한 각오로 올해 중소기업 활력회복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4년에 ‘중소기업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대통령께서 11차례의 회의를 주재하시면서 중소기업지원대책을 수립했다. 중소기업정책혁신의 기본 틀은 정비됐으므로 올해부터는 정책성과를 점검하면서 중소기업의 활력회복과 기업의 정책체감도 제고를 위해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이제부터 행동이다”

- 정책의 기본골격과 세부 지원체계는 어떻게 짜여져 있습니까.
“우선 중소기업의 당면 애로요인인 자금·인력·판로분야에 대한 체계적 대응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기술인력 도입을 촉진하고 기술개발제품의 공공구매를 확대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문제도 우선순위를 두고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 산학연계에 기반한 기술인력 확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분위기가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성과점검과 상생협력사업을 확대 추진하겠다. 또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지원의 네트워크 허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기관간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에서는 지난 5월부터 조직을 본부-팀제로 개편하고 간부들에게 중소기업정책과제를 부여해 달성도를 평가하는 ‘CEO미션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인이 중소기업청을 평가하는 획기적인 평가시스템으로 성과가 기대된다.”
-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은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환리스크에 대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사실 수출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환 위험관리에 무방비 상태다. 환 리스크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보험요율을 인하하고 보험가입료를 50만원 한도내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환율피해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특례보증 지원기한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했고 무역금융도 100억원을 증액했다. 수출 비상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전국 11개 수출지원센터를 통한 환율피해 중소기업 등 1:1 밀착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청은 지난 5월25일 기업, 우리, 하나, 신한, 씨티 등 6개 시중은행과 금융지원 회의를 통해 중소기업 환위험 관리 지원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 젊은층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청년실업이 37만명이나 될 정도로 심각한데도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인력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산학연계에 기반한 인력공급 확충, 퇴직인력 및 여성인력의 중소기업 유입 촉진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다. 대학생의 중소기업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5월 서울대 등 4개대학과 MOU를 체결했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대학생이 중소기업 현장에서 체험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들은 주로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대학생 창업정신 함양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반대로 성공한 벤처·중소기업인들은 대학에 강사로 나선다.

중기청 ‘CEO미션제’시행

- 외국인력 도입정책인 고용허가제 도입과 관련한 제도개선 및 기타 인력수급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내년부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관리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된다. 외국인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의무면제, 인력부족 확인서 폐지 등 중소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그동안 연수생 업무를 통해 10년 이상 노하우가 쌓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원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 개성공단은 중소기업의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무엇입니까.
“개성공단은 우리 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토지·인력이 결합된 대규모 사업으로 남북 상호간 윈윈 사업인 것이 사실이다. 현재 1단계 100만평이 내년 상반기에 완공예정으로 조성중에 있고 올해 6월중에 60만평이 분양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 청에서는 성공적인 대북진출을 위해 14개 중소기업에 77억원을 지원했고 기술지도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중소기업이 하루 속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대기업의 협력적 상생노력과 함께 중소기업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계시장은 이제 개방적 단일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FTA의 확산은 불가피하며 이에 중소기업도 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제품의 글로벌경쟁력과 함께 마케팅의 글로벌 경쟁력도 중요하다.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자세로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한다. 정책방향도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에 우선 120억원을 책정, 1천150개사에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의 신시장 개척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해외 유명규격 인증획득 지원에 200억원을 배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29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코트라, 중진공 등과 우리 청이 기관별 핵심지원 역량을 집중해 중소기업의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협력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개성공단 지원 지속

- 현장중심의 중소기업 애로발굴과 관련해 말씀해 주십시오.
“중소기업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중소기업 현장에 있다는 신념으로 틈날 때 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중소기업인들과 대화를 한다. 기업인의 말을 듣다보면 문제와 답이 함께 떠 오른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을 모르고 작성되면 실효성은 없게 된다. 최근 우리 청 직원과 중소기업을 1:1로 잇는 중소기업 한가족제도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지원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 청에서 개설한 ‘SPi-1357’은 무엇입니까.
“SPi-1357은 온·오프라인을 통한 중소기업 애로해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정보 및 애로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SPi는 ‘빠르고(Speedy), 정확한(Precise) 정보(information)’를 중소기업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로 정부 및 유관기관 등의 자금과 기술, 인력 등 총 7천여종의 정책정보를 인터넷(www.SPi.go.kr)으로 제공한다. 1357은 중소기업이 애로사항이 있을 때 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전화번호를 누르면 법률, 회계, 세무 등 각 분야별 전문가나 상담원이 연결된다.”
-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한 정책자금지원 축소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정부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중기재정운용계획 수립과정에서 중소기업정책자금의 효율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지원을 지속 확충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며 앞으로도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창업기업과 혁신형기업과 같이 정책적 육성이 필요하나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 지속적인 정책자금 지원을 할 것이다.”
- 기술개발제품 구매 등 정부의 공공구매 확대방안에 대한 방향은 무엇입니까.
“혁신형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서 기술개발제품의 초기 시장 확보가 주요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수주기회를 확대해 주기 위해 공공기관이 법정 최저구매목표 비율 50% 이상은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토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총구매액 84조6천 억원의 66.9%인 56조6천억원을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할 계획이다. 기술개발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물품 구매액 18조6천 억원의 5.8%인 1조700억원을 구매할 계획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지만 모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전환되고 공사용 자재에 대한 직접(분리)구매제도를 도입해 2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된다.”
- 끝으로 중소기업에게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시장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업도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정부의 중소기업제품에 대한 공공구매제도는 단체수의계약제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효과가 있다. 일부기업에게 편중되던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비해 공공구매제도는 불특정다수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고 스스로 노력하는 기업에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다. 전체 중소기업제품 구매규모는 내년에 60조원, 2010년에는 70조원으로 커질 것이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구매도 올해 8조 원에서 내년에 12조 원으로 확대된다. 기술개발 제품 공공구매는 작년에 6천억원에서 올해 1조1천억원, 내년에 2조3천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중소기업청이 이제 중소기업을 위해 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청을 선언했다. 중소기업도 혁신의 정신과 자세로 이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스스로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준비를 끝냈다.”

■프로필
-1949년 생
-청주고·연세대 전자공학과졸
- 서울대 행정대학원·미국 USC 행정대학원졸
-1976~85년 국무총리실 근무
-1994년 통상산업부 기획예산담당관
-2001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2004년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
-2006년 중소기업청장(현)

·대담=황재규 편집국장
·사진=나영운 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