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거제도를 들렀을 때 한동안 이곳을 찾지 않기로 했었다. 그날 하루의 시간을 더 할애해 완벽 취재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여행사를 운영하는 후배가 거제도 여행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녀는 40년만의 첫 나들이라면서 꼭 이곳을 둘러봐야 한단다. 내심 내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운전대를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거제도로 향했다. 거제도는 사철 아름답지만 특히 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든다. 그래서 이 즈음에는 다소 한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채꽃, 동백꽃이 피어나지 않아 다소 썰렁하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북적거림이나 바가지의 상흔을 없앨 수 있어 지금이 적기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여행 코스를 잡기로 했다. 거제 시내의 신현읍에서 내륙을 가로지르는 여행방법이다. 신현읍에 있는 포로수용관을 들렀다. 지난해 11월 즈음에 새로 단장해 오픈했다는 이곳. 겉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번듯해 졌다. 3천원이라는 입장료를 받고 있으니 나름대로 제 값은 해야겠지만 원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포로수용소(신현읍 동복산)는 1951년 17만명을 수용했다고 한다. 옛 천막들 앞에는 철조망으로 담을 만들어 뒀고 그 사이로 ‘흑수선’ 대형 영화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곳을 나와 1018도로를 따라 해금강을 향해 가다보면 거제 자연휴양림(055-632-2221)을 만난다. 겨울철이라 썰렁한 휴양림이지만 수목이 울창하다. 고갯길을 넘어서면서 바닷가가 펼쳐진다. 몽돌해수욕장인 학동해수욕장. 길 옆에 있어서인지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이어 동백군락지를 지나쳐 해금강으로 들어선다. 봄이면 바다 옆으로 유채꽃이 펴 더욱 아름답겠지만 아쉽게도 그 모습은 볼 수 없다. 고개를 들어 바다를 바라보니 망망대해에 우뚝 솟아난 서너개의 바위섬과 오후의 햇살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거제도 동남쪽의 갈곶도라는 바위섬을 거제 해금강이라 부른다. 유람선이 떠 있고 마침 해녀들이 물질을 끝내고 뭍으로 나온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며 얼어 붙은 몸을 녹인다. 제주도에서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 대부분. 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어망 속에 들은 것들을 펼쳐 놓는다. 해삼, 돌멍게, 석화, 소라…. 거기에 전복까지. 이런 기회를 자주 만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비수철이라 즉석에서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도 없다. 가격을 책정해주면 해녀들은 알아서 숙련된 솜씨로 회를 썰어준다. 초고추장 정도는 서비스로 얹어준다. 회맛이 너무 달아서 소주 한병은 금새 사라진다. 바닷바람 탓인지 취기도 없다. 단맛이 느껴지는 전복은 돌아와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해금강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이나 외도에 들어갈 사람들은 이곳에서 배를 이용하면 된다. 유람선은 해금강 말고도 학동이나 구조라, 장승포 등지에도 있으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해금강쪽은 지독하게 상업화 된 곳이라는 것을 참조하면 될 듯.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돌아나오는 여차-망산-홍포길을 택하면 된다. 남부면에서 동부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거제에서도 아직까지 미개척지역이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데 해질녘 즈음을 택해서 드라이브를 즐겨야 제맛이다. 서쪽이어서 해안 낙조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여차해변을 거쳐 홍포로 나오는 길에는 ‘망산(379m)’이라는 팻말이 있다. 그러면서 도로는 비포장으로 변한다. 거제시에서는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포장공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갯길에서 바라보는 활처럼 휜 자그마한 여차마을을 바라보는 것은 물론이고 까마귀고갯길을 넘어서면서 펼쳐지는 낙조의 모습을 어찌 글자 몇자로 끄적거릴 수 있겠는가. 다포도, 소다포도, 대병태도, 소병태도, 가왕도, 어유도, 매물도 등가도의 섬들이 손을 뻗으면 이내 닿을 듯 가까이 있다.
해안드라이브길은 홍포를 지나서 동부면으로 가면서도 계속 이어진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왼쪽 언덕밑에 ‘시인의 마음’(055-633-0260)이라는 곳을 꼭 기억해 둬도 좋다. 울창한 송림사이에 나름대로 토속적인 인테리어를 잘 해놓은 곳이다. 지난해에는 보수 공사 중이라서 둘러볼 수 없었다. 통화만 했던 여주인은 생각보다 젊고 세련됐다. 배낭 하나 달랑 들고 친구 만나러 갔다가 그곳에 자리 잡은지 5년이 넘었단다. 방앗잎 넣어 만든 뽀작장에 집에서 기른 싱싱한 유채생무침, 여러 가지 나물들을 넣어 썩썩 비벼 먹는 보리밥 맛이 일미다. 거기에 색깔 고운 오미자 차 한잔까지 서비스로 가격은 6천원. 마당앞 해송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를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또 거제도에서 회를 제대로 먹으려면 성포면에 있는 평화횟집(055-632-5124)을 들러야 한다. 평화횟집은 2대가 대물림해오고 있는데 이 집이 왜 유명한지는 둘러보면 알 듯. 자연산 회만을 고집해오는 것은 물론 깔끔하고 정성스러운 밑반찬 하나까지도 사랑스러운 곳이다. 해물탕은 장승포항 수협 옆에 있는 항만식당(055-682-3416). 젊은 내외가 아주 열심히, 그리고 새롭게 개발한 탕과 식지 않는 용기 등이 특색 있다. 단언컨대 거제도 여행코스로는 최고라도 손꼽아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대중교통 : 거제에서 여차마을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다포마을에서 내려 2km 가량 걸어가야 한다.
■자가운전 : 대진간 고속도로-사천IC-사천읍에서 왼쪽 33번 국도이용-고성-14번 국도-통영-거제-거제에서 1018 지방도 이용, 거제자연휴양림-학동해수욕장 삼거리-해금강 팻말따라 14번국도로 우회전하면 해금강. 가는 길에 동백군락지-한목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7번도로 이용. 해금강 주차장. 또는 부산(부산여객선터미널), 진해(실전카페리부두), 마산(고현 여객선터미널) 등에서 여객선 이용. 해금강에서 나가 좌회전하면 여차가는 길. 여차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홍포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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