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함이 생각나는 계절. 울창한 숲 속에서 선선한 바람 맞으며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싶은 이 즈음이면 첩첩 오지가 생각난다. 전북 진안의 운장산은 강원도만큼이나 골이 깊고 숲이 울창한 오지마을이다. 여행은 완주부터 시작해 진안 운장산으로 따라가면서 즐기면 좋은 코스다. 대전에서 대둔산을 거쳐 고산에 이르러 동상 쪽으로 가면 대야저수지로 가게 된다.

수목의 향연-대아수목원

넓디넓은 대아저수지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호반 여행을 즐긴다. 길목에서는 제법 괜찮은 은천계곡, 동산 계곡 등과 오지마을도 만난다. 완주군 동상면은 가을철이면 씨 없는 먹감으로 유명하고 곶감이 소문난 지역이다. 대아저수지를 따라가다 보면 대아수목원 팻말이 나선다. 수목원(완주군 동상면 대아리)은 도립이어서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여러 가지 식물과 꽃이 만발한 수목원. 조경을 잘해놓아 가족 동반 여행지로 괜찮은 곳이다. 필자는 봄철 금낭화 군락지를 찾기 위해 이 수목원을 찾았다. 2만 평이 넘는 구릉진 산에 피어난 금낭화 군락지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하늘과 돌과 구름-운일암(반일암)

길을 나와 다시 호반 길을 따라가면 곳곳에 운장산 팻말을 발견하게 된다. 운장산은 완주에서 진안까지 빙 둘러서 산행길이 열려 있지만 딱히 등산객이 아니라면 신경을 접는 것이 좋다. 55번 지방도를 따라 완주 땅 신성, 검태, 중산, 대불 마을 등을 지나면서 주천면에 이르면 진안군으로 바뀐다. 이곳부터 운일암(반일암)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운장산 동북쪽 명덕봉(846m)과 명도봉(863m)사이의 약 5km에 이르는 주자천 계곡을 운일암(반일암)이라 하는데, 70여 년 전만 해도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오로지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었다 한다. 그래서 운일암이라 했고, 또한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 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름이 딱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절경이다. 도로변 옆이라 접근도 쉽다. 계곡에는 집채만 한 바위가 들어서고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봄철이면 수달래 꽃이 만발해 아름다움의 극치다. ‘쪽두리바위’, ‘천렵바위’, ‘대불바위’ 등 집채만 한 수많은 바위가 빼곡히 들어찬 이곳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아름다운 명소다. 명천약수에 목을 축이고 주양에서 정천면으로 향하면 구봉산-천황사-운장산 자연휴양림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구봉산 천황사

주양에서 725번 지방도로를 따라 정천면, 진안 쪽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눈길을 잡아끄는 봉우리가 있다. 바로 구봉산이다. 고흥의 팔영산처럼 산봉우리에 기암이 불쑥 솟아 있다. 9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구봉산은 주변의 마이산, 운장산에 가려 아직까지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숨어 있는 실정이지만 기회 되면 꼭 찾고 싶은 아름다운 산이다. 구봉산의 정상인 장군봉(1002m)에 오르면 사방팔방 호남의 이름 있는 산을 모두 관망할 수 있단다. 구봉산을 비껴 더 내려가니 천황사라는 팻말이 나선다. 전북 임실 상이암 주지스님이 괜찮다고 추천해준 절집. 그래서 일부러 진안에서 하룻밤을 유하기도 했다. 천황사(용담면 월계리 수암마을)는 신라 헌강왕 1년 무염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지만 남아 있는 문화재는 대웅전과 마당에 있는 주춧돌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절 밖에 있는 둘레 5.1m 수령 600년을 자랑하는 전나무와 가지가 많이 뻗어나간 은행나무 두 그루다. 이 천황사는 본래 오교구산의 선종 사찰로 호남 동부의 대 도장이었고 지금도 산 전체에 유적이 흩어져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절집은 ‘동국여지승람’에는 숭암사라 적혀 있고, 일명 천황사라 불렸는데 일본 강점기 때는 이 천황(天皇)이라는 이름이 금지돼 숭암사라 불렸다고 한다. 건물들은 새로 복원한 것들이다.

시원한 계곡,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운장산 자연휴양림

천황사를 비켜 운장산(1,126m) 자연휴양림(063-432-1193, 정천면 갈용리)을 찾는다. 오는 내내 수없이 만난 운장산 팻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이 휴양림인 듯하다. 운장산 휴양림은 2000년에 개장했는데 구봉산 다음으로 높은 복두봉에서 발원한 갈거계곡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야생화를 심어 놓은 화단도 있고 물가에는 시원한 물줄기 사이로 수달래가 곱게 피어났다. 계곡 길이가 약 7km 정도. 울창한 원시수림, 맑은 물과 함께 마당바위, 해기소 등등의 멋진 계곡이 이어진다. 강원도의 오지마을을 연상케 하는 청신한 기운이 물씬 풍겨나는 휴양림이다. 휴양림에는 숲 속의 집, 숲속수련장, 황토방, 산림문화휴양관, 야영장, 등산로(5km, 3개소), 산책로(1,000m, 2개소), 임도,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있다. 임도에서는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다.

영화 주홍글씨 촬영지 용담댐 드라이브

이곳에서 진안으로 가도 되지만 근처의 용담댐 호반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용담댐은 동부 산악권에 위치한 안천면과 상전면, 부귀면, 정천면, 주천면 등에 걸쳐 시설된 전국 5번째 규모의 다목적댐이다. 이들 댐 주변을 감싸고도는 76㎞에 달하는 호반 드라이브는 나름대로 시원한 맛을 느끼게 한다. 용담댐 기념광장에서는 본 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또한 이곳은 한석규·이은주 주연의 영화 주홍글씨(정천면 일원)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기타 여행지 : 진안의 마이산 금당사, 탑사, 은수사 등이 있고 백운동 계곡 등 볼거리가 많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따로 설명하기로 한다.
■자가 운전:대전에서 통영고속도로 이용. 판암에서 외곽도로를 타고 안영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안영에서 대둔산을 잇는 1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고산면을 만나게 된다. 고산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대아리로 가게 된다. 대아리에서 725번 지방도 따라가다가 진안으로 이어진 55번국도 이용. 운일암 반일암에서 다시 725번 지방도로를 따라 정천면 쪽으로 오면 된다.
■맛집과 숙박 : 오는 길목인 완주 경천면에서는 유명한 붕어찜 마을이 있다. 그 외는 대아리 순두부집(063-263-5126)이 맛이 괜찮다. 그 외에는 토종닭이나 댐 주변에서는 매운탕 등을 즐길 수 있다. 진안에서 전주 쪽으로 나가면서 만나는 동몽원(063-433-9618)은 거리는 멀지만 웰빙 음식과 웰빙 체험을 할 수 있는 깔끔하고 독특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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