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가전기업 하이얼(Haier)이 한국내에서 최초로 자사제품 LCD TV 판매광고를 하고 또 다른 프리미엄 가전제품도 출시해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얼은 작년 2005년 하반기에 최첨단 가전인 중대형 LCD TV를 출시했고 올 2월에는 PC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산 제품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한국진출 기회로 활용

하이얼은 단순히 가격만 싼 게 아니라 성능도 우수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국산 핵심부품을 조달해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옥션을 통해 출시한 42인치 LCD TV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은 LG Philips LCD를 통해, 튜너는 LG 이노텍에서 조달해 조립했다.
하이얼의 LCD TV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하이얼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면 또 다른 백색가전 사업에 진출이 한결 용이해진다.
하이얼은 2002년에 산요와 제휴해 일본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의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제휴를 거절했고,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됐던 SK글로벌과의 제휴도 실패했다. 이어 할인점, 인터넷 쇼핑몰 등 중국산 제품도입을 검토하던 유통업체들도 최종단계에서 도입을 포기해 하이얼의 국내시장 첫 진입은 좌절됐다.
당시 국내시장 진출실패는 2002년 7월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PL)법과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 등에서 기인됐다.
하이얼은 2004년말에 두 번째 시도를 했다. 하이얼은 5kg 미만의 미니 세탁기를 출시하고, 6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2배로 증가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큰 세탁기가 필요 없는 싱글족과 소용량 세탁전용의 세컨드 제품이 필요한 가구를 중심으로 잠재 수요가 있었으며, 5kg 미만의 세탁기는 국내 가전기업들이 생산하지 않아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도 피했다. 즉, 니치(Niche)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

하이얼이 국내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선진시장에서의 경쟁 대상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홈 그라운드에서 미리 경쟁을 해 글로벌 경쟁체질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즉, 국내시장을 일종의 Test Market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거대시장에서 선진기업과 정면 승부할 수준에 아직은 미달하고 브랜드 홍보에 대규모 비용투입이 요구돼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2005년 국내 LCD TV 시장에서 중소 브랜드업체들의 점유율은 15%를 차지했다. 하이얼이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시장이 바로 중소 브랜드업체의 시장이다. 이 시장만 효과적으로 공략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이얼의 가격정책도 철저히 중소업체를 겨냥하고 있다. 금년 4월 월드컵 특수를 겨냥하여 42인치 LCD TV를 199만원에 출시하였는데 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중소 브랜드 제품보다도 싼 가격에 해당한다.
만약 하이얼이 국내의 중소 브랜드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백색가전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지위를 확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은 곧바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로 이어질 것이다.
하이얼의 국내시장 잠식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자료=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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