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사정위원회 제조업발전특별위원회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최근 우리 경제의 주요 문제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제조업공동화 또는 탈공업화 현상에 대한 일본의 실상과 대응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노·사·정, 대·중소기업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알아보고자 했다.
주지하듯이 소위 제조업공동화 현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자리 때문이다. 그동안 어느 경제에서나 제조업이 일자리 창출과 유지의 주된 원천이 돼 왔다. 그런데 산업구조의 변화, 해외진출 등으로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고 있고, 실업증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금번 일본 방문에서 확인한 것은 제조업공동화내지 탈공업화의 양상과 정도는 개별산업과 그 산업이 입지해 있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중앙 차원의 전반적 대응과 함께 지역별·산업별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노·사·정 공동 대응 필요

그리고 토요타자동차가 위치해 있는 아이찌현의 경우처럼, 지역 노·사·정 및 대·중소기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서 대응하면, 제조업공동화내지 탈공업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며 상생과 발전의 길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찌현은 지역 노·사·정 및 대·중소기업이 함께 국제화 및 기술·경영혁신, 차세대산업의 육성,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관광, 환경, 생활기반 밀착산업 등이 제조업을 대체할 신산업이라 생각하고 이들 산업의 육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 결과 이들 지역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관계없이 모두가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게이오대학의 우에다 교수는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일본의 상당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고,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일본경제가 서서히 회생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물론 우에다 교수는 오오사카나 동경의 오오타쿠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다. 그는 주변국 동종기업의 급성장과 기업 및 지역의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의 미흡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금번 일본 방문을 통해서 다시 절감한 것은 기업이 잘돼야 경영자도 살고, 근로자도 살고, 지역경제가 살고, 나라경제가 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혼연일체가 돼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노·사·정이 있고,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 공동체란 인식 하에 신뢰하고 협조하는 튼튼한 노·사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다른 부품업체의 값이 싸다고 거래처를 바꾸지 않고, 장기 안정적 거래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연구개발 및 인력지원 다양한 지원을 통해서 코스트를 낮추고 품질을 향상시켜나가는 상생적 대·중소기업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주시해야 할 최근 일본의 몇 가지 변화에 언급하면, 주력산업인 자동차, 전자 등이 향후 어디까지 발전할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래 주력산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고, 계열관계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텍을 중시했으나 기존 제조업의 강점도 살리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아웃소싱의 확대가 품질저하를 초래하고 있어 주요 부품을 내부생산으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부터 살리고 보자

클러스터는 각 지방의 특성을 반영해 집중 지원해야 하는데, 특정 지역에 몰아주는 것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으로 인해 전국의 각지에 설치하고 있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1997년 제조업공동화를 저지하기 위해 기존 기업들을 지키는 ‘산업집적 활성화법’을 제정했는데, 실행주체인 지방정부의 역량 부족과 기업의 해외진출이 경영전략적 측면에서도 이뤄진다는 사실을 간과해 실패했다는 것이다.
끝으로 일본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중소기업의 상생발전과 “춘투는 하되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노사관계를 보고 온 후, 현대자동차의 파업을 보며 우리의 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한국노총 위원장의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해외 설명회 참여, 산자부와 한국노총의 산업정책간담회 등은 희망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한편 현재 정부와 경제단체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법이 아니라 진정한 신뢰와 자발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해야 상생과 발전의 길로 나갈 수 있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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