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분석대상으로서의 운은 ‘시간의 흐름 위에서 그 이전의 인과관계나 인간의 선택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돼 그 후에 진전되는 일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의 발생’으로 정의 될 수 있다. 이러한 운에 대한 경영자의 자세를 합리주의와 운명론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현재는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로 계시지만, 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셨던 윤석철교수의 ‘경영학적 사고의 틀’이란 저서에 보면, 경영세계의 구조적 차원을 새롭게 분석해 놓았다.
경영의 세계는 그것이 기업이든 국가이든 세 개의 차원이 구조적으로 결합된 상태로 파악될 수 있다. 첫째, 경영의 모든 문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성·발전 혹은 소멸해 간다. 따라서 경영의 세계를 관찰·분석하고 이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따른 차원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경영의 모든 문제는 조직화된 공간 속에서 생성·발전하고 변화를 겪는다. 예컨대 경영단위로서 어떤 기업을 가정해 볼 때, 그것은 한편으로는 국가라는 큰 조직 속에 하나의 부분조직으로 존재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내부에 생산조직, 판매조직 등의 여러 구성소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경영은 시간과 공간의 조화

따라서 경영의 세계는 조직화된 공간차원을 떠나서 분석·파악될 수 없다. 셋째, 경영의 세계는 물리적인 구조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세계다. 우리 인간은 로빈손 크루소처럼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조직을 형성해서 살아간다. 따라서 경영세계의 분석, 관찰 혹은 여기에 따르는 의사결정의 문제는 인간차원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경영의 세계가 구조적으로 이렇게 세 개의 차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세 차원은 서로 독립적일 수 없고 상호 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다차원적 통일체인 경영단위를 관찰·파악·분석하고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이끌어가는 주체를 ‘경영자’라고 부른다.
우선 먼저 경영문제의 시간적 구조를 생각해 보자. 인간이 국가나 기업과 같은 조직을 운용하고, 그의 미래를 형성해 나갈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과거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다시 말해 경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이 시점까지 누적돼 온 과거의 이력은 어떤 인과관계를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대부분의 의사결정의 결과는 그 결정이 내려진 직후에 나타나지 않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서서히 형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의사결정 당시에는 불확실했거나 혹은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 일어나서 앞의 의사결정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의사결정 당시에는 미래의 문제가 돼 고려할 수 없었던 일이 의사결정이 이뤄진 후에 발생해 의사결정의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되는 사태를 ‘우연성’ 혹은 ‘운’과의 조우라고 표현하자.
운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단기적으로 작용력이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무력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러한 시간차원의 상황 속에서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운 앞에서 인간(주로 경영 및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의사결정자)은 어떠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또 취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첫째는 수동적 기다림이다. 경영자나 관리자는 다수인의 생존과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의 책임자이므로 완전히 자유로운 사인(私人)일 수 없고 따라서 조직을 위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완전히 운에 방임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편적 법칙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둘째는 우직한 노력이다. 이 자세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무수한 시행착오의 반복을 거치면서 바라는 결과를 추구해 가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기술개발분야에서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는 예가 많다. 우직한 노력을 하는 중에 유용한 정보와 아이디어에 조우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비록 우직한 시행착오라도 순수한 수동적 기다림 보다는 가치가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노력없는 운은 없다

셋째는 확률 자체를 찾아내려는 노력이다. 앞에서는 발생할 확률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의도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무한히 반복하는 노력이라고 한다면, 이것보다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서 숨겨져 있는 확률 자체를 찾아내어 이것을 정보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미래지향적인 인간의 노력의 일환으로써 확률을 좀더 정확히 알아내고, 그 확률에 의거해서 의사결정을 하려는 합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많다. 즉, 좀더 신뢰감높은 확률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에 따른 경제성의 문제라든가, 신뢰성의 한계 등이다.
끝으로, 운에서 초탈(超脫)하려는 자세이다. 큰 업적의 성취는 단기적으로 이룩될 수 없고 결국 장기전의 성격을 띠는 것이 분명한 이상 행운에 대한 기대에서 초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운과의 조우에 의해 단기적으로 어떤 계기나 발판을 마련할 수는 있을지라도 장기적인 큰 업적의 성취는 행운 이외의 다른 차원에서 그 힘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차제에 기업 경영인들이 다시 한번 고민하고 추스려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

이 명 호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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