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자동차 설비를 만드는 K사 자금담당 부장은 2년전 시에서 운용하는 정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그는 노력끝에 인천시의 추천을 얻어 냈지만 막상 자금을 대출받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은행에 갔더니 보증서를 끊어오라고 해서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은행보다 더 까다롭게 담보와 연대보증인 등을 요구했다”면서 “담보가 있으면 은행에서 곧바로 대출받지 왜 보증기관을 가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회사가 연대보증인을 내세워 자금을 대출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2년(2001∼2002년)동안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정책자금을 신청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종업원 5인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지자체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고도 은행 및 보증기관에서 담보나 보증서, 보증인 등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은 업체가 무려 80.5%에 달했다.
또한 정책자금을 이용하지 못한 업체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금융기관의 보증 및 담보요구 때문이었다는 응답이 35.9%로 1위를 차지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정부의 추천과는 별도로 은행과 신용보증기관에서 별도의 자료나 담보 등을 요구하는 행위에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세 군데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은행 및 보증기관들의 무리한 담보, 보증서,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대출관행은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기업이 얼마나 신용이 있고 기술력과 사업성은 어떤지’등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Y사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정책자금 지원대상자로 결정되고 이 사실이 은행에 통보돼도 결국 은행은 추가자료, 과도한 담보·보증서 등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출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결국 포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은행측에서도 당연히 할말은 있다.
정책자금에서 발생하는 부실에 대해 모든 책임은 은행에서 지기 때문에 신용이 없거나 대출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담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해결책은 없나= 문제의 핵심은 현시점에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할 만한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이러다보니 기술력과 사업성이 있는 우량기업들이 금융기관들의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채 늘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각종 자료들을 수집·분석해 보다 정확한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전문 신용조사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도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과 같은 신용조사기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신용조사업무에만 특화돼 있지 못하고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 평가자료의 객관성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신용조사만 전문으로 하는 기관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수환 전문위원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각 신용조사기관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보를 한곳에 모아 이를 DB화 하고, 선진적 조사기법과 접목시켜 신뢰할만한 평가자료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이의 추진을 위해서는‘중소기업 전문 신용조사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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