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오늘날 대표적인 세계화 물결의 하나가 됐다. 세계를 향한 안테나를 항상 열어놓아야 한다. 협상의 초점은 거래 상대국에게 불편을 주는 비즈니스 관행들이다.
FTA는 세계의 보편적 개혁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다자간 협상체제에 비해 당사국간 합의 도출이 용이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미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여론은 양극으로 갈라져 필요성, 절차문제 등 원론수준에서 맴돌고 논의의 대부분이 이념 편향이거나 거시경제 중심이다. 실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현장지식, 중소기업, 소비자 입장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FTA와 중소기업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드물다. 한국의 수십만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소재-부품-조립-유통-판매-서비스 곳곳에 포진해 있음을 흔히 망각한다.

FTA는 보편적 개혁 방식

제도와 산업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FTA 관련 논의들이 경직돼 있다. 혹자는 “FTA란 대기업 위주 체제”라고 비판하며, 옹호론자들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계기”라고 주장한다. 진부한 표현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급사슬 전체 부가가치를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다. 최근 업종경계선을 뛰어넘는 사례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경제성장의 주축을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에서 택일하려는 것도 단견이다.
미래지향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미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지혜가 필요하다. 과연 내수중심의 울타리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보는가? 미국을 충분히 알고 있는가?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나의 국가다. 자국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제국주의라고 지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미국은 50개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각 주의 제도, 관행, 업계의 실상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강대국인데도 불구하고 적당히 준비하지 않는다. 미국-캐나다 FTA 체결 당시의 사례를 보자. 인접국가로서 양국의 기업환경이 유사하지만, 미국은 방심하지 않고 중소기업 수출 엑스포 개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캐나다 진출을 통한 거래 주선, 통역, 맞춤식 상담, 출판, 세미나 등 모든 지원수단을 동원했으며 양국 중소기업들은 서로 왕래하면서 상호간 차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1품목 1사 방식과 거래선 다원화 방식을 놓고 고민하는 등이다. 4~5개 주를 묶어 바이어와 유통 거래선을 다원화한 중소기업 성공사례도 있다.
관세율이 낮아지면 어떤 이득이 얼마큼 발생하게 되는지 회사별로 일정별로 계산해야 한다. 국내의 틈새시장 품목이 상대국에서도 틈새시장 품목인지, 계약서 항목은 어떻게 다른지, 현지 상품전시회의 요령과 효과는 무엇인지 등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미국의 정부구매제도는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혁신기업에 기회될 것

하이테크 중소기업의 경우는 특히 신지식의 식별, 획득, 활용, 각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경영이 크게 요구된다. 노동이 고임금 저부가가치로 전락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높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지식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어찌 일부 업종에만 국한된 문제겠는가? 교육시장 개방을 반대할 시간이 있다면 1초라도 아껴서 공학교육인증제, 경영교육인증제 등 글로벌 표준에 도전하고 1개교라도 더 인증을 받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MBC 인기 드라마 ‘주몽’에서 우리는 청동기가 철기로 바뀌는 기술혁신의 거센 바람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 전에 세계화 물결을 지혜롭게 극복했다. 우리에겐 한강의 기적과 월드컵의 저력도 있다.
이제 한국은 중소기업 개미군단을 앞세우는 태평양 횡단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 FTA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에게 강한 조건을 내걸더라도 얼마든지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관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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