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인들의 최대 고민은 투자할 만한 사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서 ‘요즘 한국에서 돈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이자율이 낮고 유휴 자본이 많아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원인은 적정수익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망 사업이라고 해서 시작하면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일시에 수많은 경쟁자가 몰려들면 규모의 경제나 기대 수익률을 유지하기 힘들어 진다. 벤처기업이 초기 시장 형성에 성공해도 대박을 터뜨리기 어려운 원인도 여기에 있다.

규제완화가 급선무
내수 시장의 한계로 인한 과다 경쟁의 위험 때문에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생산의 비교우위가 낮다 보니 해외로의 기업 이전이 급속히 이뤄져 왔다. 기업의 해외 이전은 해외시장 개척과 산업구조 조정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이전은 국내 일자리 축소 및 연관 산업의 약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여기에 안보에 대한 불안, 사회집단간의 극렬한 대립과 갈등,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경제위기론’을 개혁의 발목 잡는 사람들의 음모로 몰아 붙였다. 중소기업의 중국진출 러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산업공동화의 우려를 제기한 모 금융기관이 정부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물론 통계 숫자만으로 볼 때 경제위기론이나 산업공동화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자영업 불황이나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실정이고 장기화되면 빈곤층의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자활성화이지만 일종의 전략적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성공사례로 잘 알려진 싱가폴이나 중국의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은 차치하고,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두바이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석유자원의 고갈이라는 당면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자본과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세계 최고의 브레인을 활용할 줄 아는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이 결정적 성공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급속히 위축됐던 홍콩 경제가 되살아난 것도 중국 정부가 심천을 통한 여행 자유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아시아 최고의 금융 및 쇼핑도시로서의 면목을 회복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돈의 흐름과 경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을 최대한 국내에 머물게 하는 한편, 해외자본의 국내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심어 줘야 하고, 기업 활동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규제완화는 물론 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더 나아가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의 스펙트럼이 다양화됐다. 고급 소비에 대한 국내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교육산업에도 시장과 경쟁의 원리가 적용돼야 하며, 노사도 상생을 위한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조만간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기업 희망 살리는 정책 필요
최근 심각한 물의를 빚는 ‘도박의 바다’에서나 ‘돈 냄새’가 나는 나라가 돼서는 무슨 비전이 있겠는가? 서민의 주머니나 털어내는 제로섬 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성경에 ‘비전이 없으면 백성이 방자해진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소망이 없으면 헛된 유혹이나 과도한 향락에 빠지게 되고 삶은 더욱 피폐해 진다. 한국에 사기꾼들이 설치는 것도 정상적인 투자기회가 줄어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 높은 투자수익이 발생한다는 소문을 내면서 바람을 잡으면 돈이 몰리고 결국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를 내세우는 정부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가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부다. 자주나 인권도 좋지만 삶의 질적 향상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허울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건국 이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지속되겠는가이다. 바람직하기는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국민소득 3만 불대의 ‘희망의 바다’로 전진했으면 한다. 국민의 마음속에 미래에 대한 소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리더십과 함께, 돈의 흐름을 바로 잡아 기업가의 투자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국가전략과 정책전환이 우선 돼야 한다.
hanjh@hanyang.ac.kr

한정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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