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와 글로벌화의 진전과 디지털 경제 등과 같은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강점을 발휘함으로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주도하던 규모의 경제에서 다품종 소량화해 범위의 경제로 변하고 있다.
즉, 과거의 대량화, 규격화, 통일화에서 앞으로는 다양화, 개성화, 전문화 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형태, 즉 중소기업은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영자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규모에서 범위경제로 전환

한 중소 가구업체 C사의 예를 들어보자. 당사는 분당 서현역 부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연 매출 600억원대, 영업이익 60억원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 82년 말 잘나가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당시 아내가 하던 7평짜리 인테리어 매장을 토대로 창업한 L사장은 전통산업도 디자인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후 ‘라이프스타일 가구’라는 일관된 컨셉트를 제품에 불어넣기 시작했으며, 또한 원가절감을 통해 발생된 수익을 제품 디자인 개발에 재투자했다. L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으며 고품격 인테리어가구 이미지는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파고 들었다. 당사의 ‘원가경영’은 98년 금융위기 때 더욱 빛을 발휘했다. 91년 자체 공장을 폐쇄하고 아웃소싱을 통해 가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 큰 힘이 됐던 것이다. 제조 기능 없이 제품기획, 디자인, 마케팅만 주력하는 브랜드 업체로 성공하겠다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L 사장의 원가절감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년 동안 투자해 구축한 ‘현장 발주’ 시스템은 C 가구업체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 되고 있다. 납품업체를 만나 제품 상담을 한 후 바로 현장에서 컴퓨터를 통해 발주함으로써 제품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한편 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4.5% 수준에 달했던 매출액 대비 물류비를 2.1%로 낮추었던 것이다. “가구도 신선도가 생명이다. 재고, 생산과잉으로 제품이 적체돼 있으면 신상품을 계속 만들어 내는데 장애물이 된다.” 라는 L 사장의 경영 신념은 고객욕구 변화를 반영해 유연하고 신속하게 신 상품을 생산해내는 ‘스피드(Speed)경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경험적으로 L 사장은 1개월 정도의 매출 물량만을 재고로 유지하는 재고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C 가구업체에서는 3000여 상품을 컴퓨터 단말기 한대로 기획, 발주, 판매하는 최첨단 재고관리 노하우가 당사의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혁신으로 성공한 어느 가구인

L 사장의 ‘원가경영’ 정신은 15년 연속 적자를 모르는 회사, 재고가 쌓일 틈이 없는 회사, 지금 즉시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회사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의 ‘원가경영’에 감동한 KB창투는 올해 초 90억원을 아무 조건없이 투자했을 정도이다. 지난해 매출은 635억원, 영업이익 65억원(당기순익 49억원)으로 매년 50억원 안팎의 순익을 내는 알짜 회사가 됐다.
앞으로 중소기업을 둘러싼 기업 환경은 더욱 급변할 것이므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민첩성, 창의성, 유연성, 높은 결속력 등과 같은 중소기업 특유의 강점을 발휘해 원가우위는 물론 차별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혁신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조건의 개선을 과감히 추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므로, 이와 같이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C 가구업체의 L 사장과 같은 중소기업 경영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명호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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