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12월 현재 총 28만9천여명. 이들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입국해 중소제조업체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합법적인 산업연수생과는 달리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일부에서 인권문제가 발생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그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며 오히려 혼란만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허가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만이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현재 노동부와 인수위가 추진중인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오는 6월 고용허가제를 골자로 하는 법을 제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노동부의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가 고용허가제를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계는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노동부와 인수위의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정부의 엄격하고 일관성 있는 법 집행이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또 중소기업계는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각종 사회적 비용 증가와 사회불안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쿼터제는 여전히 유지= 현재 중소업계는 산업연수생 도입 규모를 대폭 늘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중소제조업 인력난은 심각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허가제와 관련해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현행 외국인력 도입규모 제한(쿼터제)이 폐지될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원하는 인력을 마음놓고 사용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현행 연수취업제도와 비교해 볼 때 총도입규모 제한, 외국인 근로자 선발방법, 체류기간 제한 등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
즉 외국인력의 도입규모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 역시 기업에서 원하는 고용탄력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고 생산현장의 노동력 수급불균형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中企 부담 더욱 커져= 중소업계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국내 근로자의 82% 수준으로 생산성(7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건강·산재보험 등을 포함 1인당 월 93만6천원선. 여기에 숙식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한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상여금, 퇴직금, 국민연금, 연월차수당 등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며 1인당 인건비는 월 1백30만8천원으로 매월 37만2천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금도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생산성과 무관하게 내국인과 동등한 임금을 지급할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상실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중소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불법체류·인권유린 줄어들까= 인수위는 고용허가제 조기 도입의 가장 큰 이유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들고 있다. 불법체류자 취업보장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그러나 송출국가와 임금격차가 평균 10배 이상 차이나는 현실에서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불법체류자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또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 역시 비자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계속 국내에 불법체류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업계는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합법체류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원칙없는 자진신고와 출국유예가 반복되면서 불법체류자들 마저 정부 정책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현실은 큰 문제다.
한편 산업연수제도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권 유린의 온상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유린은 대부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들에게서 발생되고 있다.
임금체불·폭행 등과 같은 인권유린 행위를 경험한 외국인 근로자 중 미등록근로자(불법체류자)의 비율이 산업연수생보다 높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이 같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사회불안 초래= 중소업계는 이와 함께 고용허가제가 실시될 경우 노사불안 및 ‘정주화’ 문제, 사회복지비용의 증가 등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노동3권 보장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노조설립, 집단행동의 빈번한 발생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가족동반과 정주화(이민화)에 따른 실업 및 사회복지비용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기상황에 따라 외국인력의 탄력적 운용이 불가능해지고 외국인 실업자 문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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