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소기업이 원하는 대로 외국인력을 쓸 수 있다”는 말처럼 중소기업자들에게 솔깃하게 들리는 말은 없다. 중소기업자들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 양질의 인력을 공급해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이 어디 있으랴.
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허가제 도입방안을 보면 기업이 필요한 만큼 양질의 외국인력을 기업이 선발해 인력난을 해소한다는 좋은 정책의지를 담고 있다. 그야말로 중소기업자들이 보면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반가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력을 도입해 오는 과정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안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와 같은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다.
즉, 중소기업자들이 원하는 인원만큼 외국인력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들여올 수 있는 외국인력을 제한하지 않아야 하나 불행히도 노동부의 고용허가제(안)에는 분명히 업종별로 도입규모를 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대로 외국인력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노동시장을 완전개방하지 않는 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다 들여올 수 없다.

외국인력 마음대로 쓸수있다?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전체 노동인력 970만명의 약30% 정도인 30만명을 외국인 도입쿼터로 정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내국인 실업률이 증대함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만5천명씩 쿼터를 줄이고 있다. 당연히 업체당 허용인원도 내국인 근로자의 30%로 정하고 있으나 3년 만기시 10%씩 감축시켜 나가고 있다.
기능실습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이나 취업관리제를 채택하고 있는 싱가포르 역시 전체 도입인원과 업체당 허용인원을 정해 외국인력의 도입인원을 규제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에도 불법체류자가 다수 발생해 골치를 앓고 있다.
중소기업자들이 원하는 때에 외국인력을 공급해 주겠다는 고용허가제(안)을 보면 먼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내국인 구인신청후 1개월간 기다린 뒤에 내국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사업주에 한해 ‘부족인력확인서’를 발급, 외국인력 구인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돼있다.
중소기업자들은 하루가 급하다고 아우성인데 적기에 외국인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98년 외환위기 시절 이미 실시해 본 경험이 있으나 절차만 하나 더 늘어나 중소기업자들의 원성만 높았던 실효성이 적은 정책으로 판명된 바 있다.

中企 현실 무시한 정책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경우 외국인력도입 방식은 △사업주가 직접 송출국가에 가서 모집하는 경우 △외국의 송출회사를 통해 모집하는 경우 △인력도입기관을 통해 외국의 송출회사가 모집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중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인력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직접 송출국가에 가서 모집하는 방법이나 대부분 2~3명의 외국인력을 활용키 위해 송출국가를 일일이 방문한다는 것은 전문성,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음으로 고용사업주가 외국의 송출회사에게 부탁해 도입하는 방법이 있으나 송출회사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지 않은 관계로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방법인 도입기관과 송출회사를 통해 도입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현재의 산업연수생 도입방식과 차이가 없으며, 실제 고용허가제를 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이 방식에 의해 대부분의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있다. 중소기업자들이 직접 송출국가에 서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인력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은 좋으나 실제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외국인력의 도입기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오, 원하는 만큼의 외국인력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중소기업이 직접 송출국가에 가서 양질의 인력을 뽑아 올 수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은 명확해졌다. 단지 일부 고용허가제를 추진하는 측의 과장된 홍보와 아직 시행해 보지 않은 고용허가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을 뿐이다.
경기가 죽고 있다. 시름시름 앓고있는 중소기업에게 도입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만 증대시키는 고용허가제를 지금 당장 실시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김 승 환 (외국인연수협력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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