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상원 자동차 모임. 이 모임의(Auto Caucus) 공동 의장은 포트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과의 FTA 협상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두 의원은 양국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고려할 때, FTA 협상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다뤄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 협상단의 분위기는 지난 3월 발표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국의 수입정책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농산물 전체의 단순평균 관세율이 52%로 농산물 교역에 상당한 무역장벽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할당초과시 적용되는 높은 관세율의 완화와 통관절차 간소화, 표준합치성검토절차 축소 및 수출보조금 지급중단과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경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FTA협상전략은 NTE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치밀한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섬유·의류=섬유 및 의류산업은 한국이 미국에 대해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산업중 하나. 2005년 한국의 대미 섬유 및 의류 수출은 23억달러, 수입은 2억달러로 2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섬유 및 의류산업 총 무역수지흑자에서 미국에 대한 흑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기준 29.1%를 기록, 미국이 우리 섬유 및 의류산업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수출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섬유 및 의류 산업의 관세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게 유지하고 있어 HS8단위 기준 미국의 섬유 및 의류 폼목 총 1,493개 중 1,031개 품목이 5%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중에 546개 품목에 대해서는 10%가 넘는 고관세가 부과되는 상태.
특히 합섬섬유제 바지 및 자켓, 면제 및 인조섬유제 셔츠, 면제 유아용 의류 등이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섬유 및 의류에 대한 고관세가 철폐될 경우 미국 수출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폐지된 섬유쿼터제로 중국, 인도 등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미 FTA체결로 우리의 대미 수출 감소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동시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
대미 자동차 수출은 그동안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해 왔으며 2004년에는 금액기준 100억 달러에 달했으나 2005년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車 대미수출 비중 50% 중요성 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
그러나 미국시장의 최대 경쟁 차종들인 일본산 자동차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한·미 FTA 발효이후 미국에 위치한 일본 업체가 위협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산업의 선행기술 개발능력은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만 일반 제품기술 및 품질수준, 가격경쟁력 등에서는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에서도 수출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부품기업 투자확대 기대

반면 미국생산 일본 업체의 자동차는 한국산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고 엔진, 에어백 등과 관련된 핵심부품은 미국의 경쟁력이 높다.
또 미국생산 일본 업체의 주력 차종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의 수입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부품업체의 경우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입규모가 크지 않지만 국내 자동차업계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1,500cc 이하 가솔린승용차는 일본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향후 수출확대 노력이 필수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미국 내 생산 확대가 통상압력 심화에 따른 이유가 크다”며 “한·미 FTA 체결로 대미진출 필요성 저하에 따른 국내 고용 및 생산 보존효과 발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또 “한국의 경우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개발 및 부품 생산기지화 경향이 강하다”며 “FTA 체결로 세계 100대 부품업체중 국내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23개 미국기업의 국내 투자확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고무·가죽제품=고무제품의 대미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은 자동차 타이어.
타이어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3.4%에서 4%로 높지는 않지만 관세가 철폐될 경우 대미 수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직용 섬유제 콘베이어용 벨트의 경우 최대 8%, 고무제 장갑의 경우 14%까지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 일부 품목이 있어 관세 철폐 효과로 인한 수출증가가 기대된다.
가죽제품의 경우 미국에 대한 만성 적자국으로 2004년 기준 수출은 4,600만 달러, 수입은 4억6천만 달러를 기록해 4억1천만달러 정도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가죽 및 가죽제품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대부분의 원피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제조한 후 수출하는 구조.
원피의 경우 관세율이 2~3%로 낮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수입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산 방직용 섬유제의 트렁크 및 핸드백과 가죽장갑 등 일부 가죽제품에 대해 20% 정도의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어 FTA 체결시 대미수출 증가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김치 등 채소가공품 수출 늘어

■신발·잡화 및 음식료품=신발 모자 등 잡화의 경우 미국의 평균관세율이 11.1%, 한국은 10.2%로 관세율이 높고 미국이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모자 및 신발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대미 수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기타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운동용 신발의 경우 최대 47%, 일부 기타 신발의 경우 37.5% 등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은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음식료품 산업은 생산규모면에서 한국의 11배에 달하며 미국의 가장 큰 제조업부분의 하나로 전체 제조업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음식료품 수출입은 2005년 현재 수출 2억2,600만달러 수입 5억1,800만 달러로 3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음식료품 산업은 비가격경쟁력에 있어서는 제품의 품질이나 생산기술 측면에서 상호 대등한 수준이나 원재료 확보 용이성, 브랜드 인지도, 포장기술 등이 상대적으로 뒤져있다.
품목별로는 유가공품과 소시지 같은 식육제품이 가격과 비가격경쟁력이 70~80 수준으로 핵심기술이 부족하고 원료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초코렛이나 스낵류 등의 제과류는 가격 및 비가격경쟁력이 85 수준으로 스낵류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반면 초코렛의 경우 국내시장을 수입산이 30% 이상 차지하는 등 열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세계 음식료품 수입액의 12%를 차지하는 제1의 수입국. 지난해 330억달러 규모를 기록한 미국 시장은 2000~2005년 사이에 연평균 9.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향후 FTA 체결로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품목은 미국의 수입관세율이 높고 한국으로부터 수입액 및 수입증가율이 높은 품목으로 어류가공식품, 과자류, 곡물 가공품, 채소 및 과일 저장품, 조제식료품 등이다.
반면 FTA 체결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우유, 크림, 유장 등 유가공제품과 닭, 돼지고기 등 육류가공품, 초코렛, 아이스크림 등의 제과류다.
이재덕 KIET 연구원은 “식품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생산전문화로 내수기반 확충과 수출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 중소음식료품 기업 M&A를 통해 미국 유통시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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