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개중 4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신규사업 진출과 투자확대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전경련이 주요 회원기업 및 상장기업 38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으로 기업의 40.5%가 한·미 FTA의 전략적 활용방안으로 신규사업 진출과 투자확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FTA 최우선 추진 대상국으로 미국을 꼽았다.
한·미 FTA가 투자유치 및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기업은 각각 66.7%, 66%로 나타났으며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해소되어야 할 미국 측 비관세장벽으로는 복잡한 통관절차(25.4%)와 반덤핑 등 무역구제조치(24.5%)로 나타났다.
전경련 관계자는 “다수의 기업들이 한·미 FTA 체결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전략을 마련 중이나 아직 상당수 기업들은 충분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과정에서 기업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특혜원산지 규정 충족 등 협상결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경영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시장확대효과 기대

■전자제품=전자산업은 대표적인 대미 무역흑자 산업으로 2004년 기준 대미 수출 및 수입이 각각 180억달러, 92억달러를 기록해 8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 46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 흑자 폭 감소를 보였다.
전자제품은 양국간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수출의 경우 대미 전체 수출에서 42% 이상을 차지하며 수입도 3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미 수출 측면에서 미국의 전자제품에 대한 평균관세가 2%에 불과,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FTA 체결시 전자제품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시장 확대 효과가 기대되며 시장 자유화로 인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또 가정용전열기기, 무선원격조절기기, TV용 음극선관 등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의 경우 관세철폐의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전자부품의 경우 국내산과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도 있지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항공기 및 무선기기 핵심부품의 경우 오히려 미국산 수입단가가 하락해 국산품의 경쟁력 강화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원가 수익성 우위

■철강제품=한국과 미국은 양국 모두 철강산업 강국으로 조강생산 기준 세계 5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산업은 내수위주로 전체 생산물량 중 수출물량이 6%에 불과한 반면 상당히 많은 물량이 수입되고 있다.
한국은 생산물량 중 30% 가량이 수출돼 비중이 높으며 한국과 미국 모두 철강제품(HS72류)에 대해 무세를 적용하고 있어 한·미 FTA에 따른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 및 수입 증대의 효과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한·미 철강제품 교역은 한국이 미국으로 핫코일, 도금강판 등을 주로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철강원자재인 스크랩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을 둘러싼 수출국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각종 통상규제를 통해 수입을 제한하고 있어 FTA를 통한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의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14개 철강제품이 반덤핑 및 상계관세로 미국의 수입규제를 받고 있으며 2000년 이전부터 장기간 규제를 받고 있는 품목이 8건에 달한다.
반덤핑 및 상계관세 동시규제 품목으로는 철강판재류, 스텐레스박판 코일, 강철후판이며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를 각각 규제받는 품목으로 스텐다드강관, 스텐레스용접강관, 유정용강관, 스텐레스선재, 스텐레스후판코일, 스텐레스스틸앵글, 철근, 스텐레스봉강, PC강선 이다.
한국은 제조원가, 수익성, 기술수준, 원료조달 등의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미국에 비해 우위에 있으며 미국은 Nucor사의 혁신 전기로기술을 바탕으로 고로업체가 독점하던 냉연강판을 생산하며 대등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FTA 협상과 관련 우선 국산 철강 수출품에 대한 NAFTA 국가 수준의 대우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스크랩 수출국인 미국과의 통상협력을 통한 원자재 확보에 나서 중국 철강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국제 원자재 파동 차단에 나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김주한 KIET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철강재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만큼 FTA체결을 통해 대미 투자 및 무역확대 기회를 포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 수입비중 커

■기계류=한·미간 기계산업 교역은 수송기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송기계를 제외할 경우 일반기계의 교역금액이 가장 크다. 일반기계의 대미수출은 건설중장비, 원동기 및 펌프, 난방기 등이 주도하는 한편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4년 기준 기계산업의 대미 수출실적은 167억달러, 수입실적은 90억달러로 무역수지 흑자 77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송기계를 제외할 경우 수출실적은 48억달러, 수입실적은 74억달러로 2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산 기계류는 미국, 일본 등 경쟁제품에 비해 16% 가량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기술경쟁력에 있어서는 선진국 제품의 87% 수준.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 A/S 등 비가격경쟁력은 88% 수준이며 A/S 및 납기(90%)가 가장 높게 평가된 반면 브랜드 인지도(81.5%), 원재료 부품확보 용이성(83.6%)은 낮게 나타났다.
미국의 일반기계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주요 품목별 수입비중을 보면 섬유·의복 및 가죽생산기계가 10.4%로 가장 높고 건설광산기계 5.1%, 공작기계류 4.5%, 냉동공조기계 3.3%로 나타났다.
그러나 섬유·의복과 가죽생산기계의 미국 내 총수입규모가 20억 달러 규모로 작기 때문에 수출확대 여지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내수시장과 경쟁국 진출 현황을 고려할 때 대미 수출이 증대할 가능성이 큰 분야로는 가공공작기계, 냉동공조기계 등이며 다품종 소량품목 중에서는 베어링, 베어링 부품 등 미국의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은 한미 FTA시 미국시장에서의 수입가 인하에 따른 한국산 제품의 수출증가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규모가 큰 상위 5대 품목 반도체 제조용기계, 전자응용 가공공작기계, 기타 특수산업용기계, 터빈, 기체 펌프 및 압축기 등이며 수입규모가 가장 큰 반도체 제조용기계의 경우 무관세 품목인 경우가 많아 관세 철폐에 따른 직접적인 수입증가는 없을 전망이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규모가 두 번째로 큰 공작기계 역시 수입증가에 따른 국내 관련업체의 애로가 예상되는 분야.
이는 방전가공기를 중심으로 한 전자응용 가공공작기계의 경우 중소기업 중심의 취약한 국내 생산기반으로 관세 철폐시 대미수입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계산업계는 우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R&D투자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 이는 산업연구원이 FTA와 관련 기계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전체 응답자의 49.5%가 기술개발을 꼽았다. 이어 품질향상(15.5%), 개발기술의 사업화(14.6%), 비용절감(5.8%), 관련업체간의 협력 강화(5.8%)로 나타났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판매와 함께 기계류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제품의 신뢰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며 “범국가적 제조기술이 될 수 있는 IMS(Intelligent Manufacturing System) 국제 프로그램 등에서 미국과의 공조강화로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세철폐 소극적 예상

■석유화학=석유화학제품 중 대미 주요 수입품목은 톨루엔, 크실렌, 스티렌, 이염화에탄 등으로 기초원료 수입비중이 큰 편이며 무역수지 적자폭을 늘이고 있다. 미국은 일부 석유화학품목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5.5~5.6%의 비교적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철폐할 경우 한국산 제품 수출이 다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미국도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관세철폐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지리적으로 먼 미국시장이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이 크게 증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제약업계 다국적 기업화 가속

■의약품 및 화장품=2004년 기준 의약품과 화장품의 대미 수출실적은 6천70만 달러. 그러나 수입은 3억7천480만달러로 3억1천4백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제약원료와 화장품이 모두 수출 및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의약품 완제와 진단용 약품, 화장품 원료의 경우 수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우 미국과의 FTA체결시 수출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 이는 의약품의 경우 국가별로 GMP(Goods Manufacturing Practice)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 등 선진국의 GMP 기준 충족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화장품도 이미 미국의 관세율이 대부분 무관세거나 관세율이 낮기 때문에 FTA 체결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입의 경우 미국과의 FTA 체결시 미국업체의 진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의약품의 경우 미국업계의 활발한 진출로 국내 상위 제약업계가 다국적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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