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설립된 대한병과공업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떡(餠), 과자(菓)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회원사들은 쌀을 이용해 전통 떡과 흔히 떡볶이 떡이라 불리는 가래떡, 전통한과 등을 생산한다. 과거 제빵조합에 속해 있었으나 94년 분리, 95년 병과조합을 설립했다.
병과업체들은 떡, 한과 등과 함께 대부분 냉면, 쫄면 등의 면류를 생산한다.
이들 면류제품이 병과제품과 계절적으로 상호 보완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떡국처럼 병과류를 이용한 음식을 찾지만 여름엔 냉면 등 면류를 먹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영세성 매우 심각= 병과업계의 가장 큰 애로는 업체들이 너무 영세하다는 점이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떡이나 한과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난립해 출혈경쟁이 심하고 그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영세업체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과당경쟁으로 전체 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조합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영세한 가내공업 수준으로 사장 부부가 직원도 두지 않고 업체를 운영하면서 인건비 정도만 빠지면 근근히 업체를 유지할 수 있다보니 업체의 영세성이 나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쌀을 이용한 새로운 먹거리 개발이나 기존 제품의 품질 개선 등의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힘든 형편이다.
이런 업계의 영세성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단체인 협동조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합과 업계는 현재의 수입쌀 배정체계 하에서는 조합의 활성화와 업계 발전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원자재 공동구매 불가능해= 협동조합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원자재 공동구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방남휴 이사장은 “현재 수입쌀 배정체계가 매우 불합리해 조합과 업계의 경영난이 커지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의 원료인 쌀은 100% 수입쌀. 국산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영세한 업계 입장에서는 수입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쌀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 받는 대신 최소시장접근(MMA·저율관세에 의한 의무수입물량) 방식으로 국내 쌀 소비량의 1~4%를 의무적으로 수입키로 했고 이렇게 도입된 수입쌀은 가공용이란 이름으로 전량 가공식품 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가공용 수입쌀은 매년 10만톤 정도.
수입쌀의 도입에서 운송까지는 농림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수산물유통공사, 조달청이 담당하고 보관 및 방출은 농림부의 방침에 따른 지자체가 담당한다.
쌀 가공업체에 대한 물량배정은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매년 업체별 생산실적에 따라 배정하고 있다.
문제는 가공용 수입쌀의 업체별 배정을 사단법인인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맡고 있는 데서 발생한다.
방 이사장은 “질 좋은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해 이를 조합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공동구매 사업은 협동조합의 기본”이라면서 “가공용 수입쌀의 50%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업계의 대표단체인 병과조합에도 가공용 수입쌀의 배정권을 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히 업체별로 1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배정 수수료 역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쌀가공식품협회에서는 가공용 수입쌀을 배정하면서 받은 수수료 대부분을 임직원 급료와 섭외성 경비로 사용하고 실제로 수수료를 내고 있는 생산자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이나 지원이 없다는 것이 업계와 조합의 주장이다.
■가공용 수입쌀 배정체계 개선해야= 조합 박근후 전무이사는 “조합이 배정권을 갖게 되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수 있으며 이는 제품 가격의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조합은 수수료 수입을 이용해 쌀 가공식품의 품질 개선, 신제품 개발 등에 사용해 업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과조합은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주무부처인 농림부에 건의해 왔다. 또 지난 2004년에는 전국 업종별 연합회·협동조합 회장·이사장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청와대, 국무총리실, 농림부 등에 제출했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이런 업계의 건의에 대해 수입쌀 배정업무의 독점, 과도한 수수료 등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회신을 해왔다.
방남휴 이사장은 “그러나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업계의 하소연을 제대로 들으려 하고 있지 않다”며 “병과조합에 배정업무를 주게 되면 타 조합에도 배정업무를 줘야 하고 이렇게 되면 부정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만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농림부는 떡방아간 단체인 한국식품임가공협회에는 4년전부터 총량배정을 하고 협회가 다시 회원사 업체별로 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합과 업계는 이런 사례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임가공협회가 가공용 수입쌀의 소비량이 적은 반면 회원수가 많아 행정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배정업무를 줬다는 농림부의 설명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전통식품 품질향상 최선= 방 이사장은 “임가공협회에 배정업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병과조합만 안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기업과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제도 개선은 모른 척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우선 업계 발전과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가공용 수입쌀의 배정 관련 현안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단기적으로 공동상표와 인증제도를 만들어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고 전통병과류를 고부가가치상품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준비에도 나설 계획이다.
방 이사장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전통식품을 살리기 위해서는 쌀을 이용한 새로운 먹거리 개발과 제품의 품질 향상이 필수적”이라면서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해 떡과 한과류 등 전통식품이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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