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당면한 양극화 문제해소에 골치를 앓고 있다. 그간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수립, 예산투입에 이어 새로운 공공조직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오히려 계층간, 기업간 체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문제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7대 그룹 회장들에게 상생의 보따리를 풀어 달라고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 7대 그룹은 수익을 중시하는 외국 자본들이 대주주로 들어와 있고, 국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생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달라는 주문에 대해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생협력시스템은 시장의 원리대로

‘상생협력’이라는 화두에 대해 각 주체별 생각은 제각기 다르다. 중소기업청은 기존의 중소기업 정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큰 기업이 관련 협력업체를 책임지고 맡아서 키우는 환경조성으로 이해하며, 대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증진하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청의 상생협력 방안은 기존의 정책 가운데 상생만을 부각시키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가시적인 상생협력결과가 나오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각 기관의 이해와 실천 방향이 다르게 인식돼, 전체적으로는 가진 자가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는 정도로 이해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지난 9월초에 상생협력 지역순회토론회를 중부, 호남, 영남권에서 개최했다. 상생협력에 대한 이론과 정책 소개, 대기업 실무책임자의 성과보고, 지역별 대표 패널 토론회, 우수기업 현장방문 등 상생협력에 대한 실천사례를 홍보해 대중소기업이 상호 윈-윈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각각의 대표성을 가진 학계, 업계, 정부 및 재단 관계자가 보여준 상생협력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실천사례는 굳이 상생협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지 않고도 기존의 정책에 다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상상력 부재를 실감했다.
기업간 거래는 상호 이익에 부합하고 시장원리에 거스름이 없을 때 확대 재생산되는 자발적인 구동력이 생긴다. 상생협력도 이 원칙을 벗어나면, 정책 입안자의 열정이 식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먼저, 고용효과와 균형발전 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공생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지원해야 한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간의 공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서 경상남도 사천의 진사산업단지, 그리고 최근 경기도의 대기업과 외국기업 유치실적을 들 수 있다.

대·중기 상생협력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우선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상생협력의 선봉에 서서, 해외이전을 검토 중인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설득해 더 나은 조건으로 지방에서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걸림돌이 되는 법안과 정책을 풀어 주어야 한다. 또 정부는 유치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치단체장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 권한을 부여하고,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도록 노동시장 유연성도 보장해 줘야 한다. 이렇게 돼야 급여와 복지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포장마차와 국밥집도 바삐 돌아갈 수 있다.
둘째로 대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 모델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모범사례를 구축해야한다. 한국전력 5개 발전회사의 상생협력 제도와 성과 관리는 대·중소기업간 실제적 상생협력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작은 기업과 큰 기업 간, 작은 자치단체와 큰 자치단체 간, 능력이 나은 사람과 못한 사람간에도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각자의 쓰임을 가지고 서로 어울려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상생협력의 본질이 돼야 할 것이다.

신동우
(주)나노 대표이사·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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