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우리나라 수출의 10% 정도는 거래대금을 받지 못한채 사기를 당한다고 한다.
특히 수출 경험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인의 경우 수입상이 몇번 신용을 잘 지켜주면 아주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무역사기는 주로 얼굴이 까무잡잡한 중동인, 서남아시아인, 인도인, 아프리카인(특히 나이지리아) 등과 계약할 때 많이 일어난다. 이들은 미국, 유럽 등지에 살면서 본토인 행세를 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인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내 기업인들이 수입상의 원 국적까지 조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엔 중국사람에게도 많이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무역거래 조건이 7∼8가지 있으나 그중 품질(규격), 지불조건, 선적서류, 불가피한 도착지연 등을 이유로 클레임(Claim)을 걸어 대금지불을 거절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문제로 돼 왔다.
한국인의 정(情) 문화도 사기를 당하는 데 한 몫한다. 자사제품을 수입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지급기한을 연기해 주기도 하고 외국에서 원료나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성급하게 지불을 앞당겨 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수출 호기를 혹시 놓칠까’하는 우려에서 나오는 것이다.
KOTRA에서 수십년간 근무했던 나는 유럽에서 오랜기간을 보냈는데 그들이 한국인을 평가하는 말을 곧잘 들었다.
첫번째,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중에는 노조파업이나 정기선 운행중단 등의 사정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들어있다. 이런 경우 미리 내용을 통보해야 하지만 인터넷 통신기술이나 부족한 외국어실력 등으로 사태수습을 제대로 못해 일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또 한국인의 경우 3∼4번은 제대로 납품하다 이후 품질불량, 규격미달 상품을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곤 그 탓을 남에게 돌리곤 한다는 것.
두 번째 한국에 대한 평가는 질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산의 품질은 중국이나 대만보다 앞서지만 일본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데도 가격을 일본산 수준에 맞추려 고집한다”고 했다.
세 번째 거래상담을 할 때 상대방의 관습이나 종교, 생활의식 등을 제대로 모르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마늘과 담배냄새가 나지 않도록 미리 음식을 조절하는 것과 상담도중 상대방 국가의 정치, 슬픈사연 등을 말하지 않도록 하는 것, 통역에 100% 의존하지 않는 것 등은 기본이다.
어떤 사람은 중국인과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난 후 술을 마시다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일까지 있었다. 서로 팔을 엇걸고 술 한잔을 모두 비우도록 권유 받았는데 끝까지 거절하다 계약이 파기된 경우다.
또 다른 사람은 아랍인들과 상담때 부인의 안부를 묻거나 여성용 선물을 제공해서 계약성사가 안된 일도 있었다. 이외에도 상호와 관련돼 계약체결이 안된 경우들도 있다. 세계화시대에는 회사이름도 글로벌화 돼야 한다.
어떤 수출회사 이름에 ‘알루미늄’이란 글자가 들어갔는데 거래상대방이 “환경오염 유발업체와는 거래를 않겠다”고 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어린이용 자전거 수출업체중에 ‘대영’이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영문으로 ‘Dai-young’으로 표기했다. 거래업체에서 “회사이름이 ‘Die young’으로 들린다"며 수출상담을 취소한 일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인들이 수출거래시 꼭 명심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무역을 하는데 이때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필요하다. 비밀노출, 해킹, 무역분쟁시 상사분쟁의 어려움 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항상 믿고 거래하는 곳이라 할 지라도 1년에 한번씩은 신용조사를 해야 한다. 아울러 분쟁을 막기위해 주도면밀하게 계약을 성사해야 되겠지만 가급적 수출계약서상에 ‘상사분쟁시엔 한국 ○○○소재 한국상사중재원에서 한국의 법에 따라 분쟁조정을 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허 상 진(안양과학대 테크노경영학부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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