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향후 노동력 부족국가로 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같은 노동력 부족의 해법으로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본지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호부터 산업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기업을 대상으로 창업 및 경영철학 등을 다룬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예비창업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자 한다. 편집자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여성과 남성은 다르다는 잘못된 편견입니다.”
김연님 동문섬유 대표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편견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복한 가정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란 김 대표는 결혼 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결혼과 함께 직장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 주도적으로 나서던 활달한 성격의 김 대표는 전업주부에 만족치 못하고 지난 1987년 창업에 나섰다.
김 대표가 사업을 하던 80년대 만해도 ‘여자는 집안일만 잘 하면 된다’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팽배해 여성이 창업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심한 반대 속에서 겨우 허락을 얻고 시작한 만큼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일과 집안일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그렇게 생각같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출받으러 은행을 갔다가 단지 사장이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가 사장인 업체에게는 요구하지 않던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공무원들과 상담을 할 때도 여자라고 무시를 당했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김 대표가 사업을 하던 시기에는 국내경기가 좋아 몇몇 고정거래처인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할 수 있어 한 때는 60명도 넘는 종업원과 11개의 협력업체를 둘 만큼 회사를 키우고 돈도 꽤 벌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중국 및 동남아산 제품들이 수입되면서 국내 중소섬유업계는 고사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동문섬유 역시 현재는 직원이 12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김 대표는 “자금, 기술, 인력 등 중소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일거리가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일거리를 제공해주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내년부터 폐지됨에 따라 그나마 있던 일거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대체제도로 추진하는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제도가 내년에 본격 실시돼 여성기업에게 심사시 가점을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여성기업들은 경험부족으로 입찰을 따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요즘은 사업을 시작하던 80년대에 비해서 여성기업가에 대한 우대 및 지원제도가 많이 생겨났다”면서 “최근 출산율 저하로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남편들의 적극적인 가사분담과 육아시설의 확충 및 여성근로자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여성들에게 “돈을 쫓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야 일에 몰두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주변의 인정과 신용을 함께 얻을 수 있으며 돈은 그 다음에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는 것.
이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면서 항상 진심을 다한 결과 주변으로부터 신용 하나만은 확실히 얻었다”며 “이것이 20여년 동안 기업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아들이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있어 힘이 된다”는 김 대표는 “창업초기에 가졌던 포부대로 자체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 이사직을 맡으면서 여성기업의 권익향상을 위한 대외적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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