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6일. 원·엔 환율이 연속하락하며 100엔당 798.7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97년 11월 17일 800.20원 이후 8년10개월여 만에 기록한 최저치로 100엔당 7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심화되고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자동차ㆍ전자ㆍ철강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환율급락은 엔화약세와 원화강세가 지속되기 때문. 일본 엔화의 약세는 아베 신임 총리의 성장 위주 정책에 따른 금리인상 전망 완화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원화는 위안화 절상 추세에 연계된 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엔·달러가 연내 120엔대 위로 상승할 만한 재료를 찾기는 어려워 원·엔 저점도 780원선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800원이하 예상 못해

▲수출 중기 직격탄=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 100엔당 910원으로 800원대 진입을 위협한지 1년 만에 12% 하락했다.
반면 엔화는 현재 달러 당 117~118엔대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엔화, 유로화 등 대부분의 주요 통화들이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원화의 나홀로 강세 현상이 원·엔 환율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 노트를 수출하고 있는 B상사 이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0%나 절상돼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며 “원가 절감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에 달했다”고 걱정했다.
부직포를 생산하는 S공업 윤 과장은 “내부적으로 적정 환율을 800원 정도 예상, 여기에 맞춰 경영계획이 짜여졌다”며 “정부의 환율안정 의지 못지않게 기업 스스로도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선박용 어군탐지기를 생산하는 에코트로닉스의 성미숙 사장은 “일본에 연간 150억원 정도 수출하고 있는데 800원 선도 깨져 오히려 수출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돼 버렸다”며 “환율이 8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건어물을 일본에 수출하는 C사는 수출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연간 10억원 규모의 김과 미역 등을 판매하지만 원화 강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환보험에 가입하기에는 판매액이 너무 적고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일본 바이어와 거래를 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큰폭 추가하락은 없을 듯

▲원·엔 환율 하락 어디까지=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엔·원 환율이 일시적으로 700원 대 후반에 머무를 가능성은 있지만 향후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지는 않는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원화가 우리 경제의 펀더먼털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엔·원 환율 낙폭은 제한될 것”으로 현재의 원화강세 현상을 풀이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원화가 엔화보다 최근 절상폭이 가팔라지고 있는 위안 화와 동조하고 있다”면서 “지난 8월 중순 위안화 절상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전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엔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 일본 중앙은행은 7월 콜금리를 0%에서 0.25%로 상향 조정, ‘제로(0)’ 금리 정책에서 벗어났지만 미국 정책금리와의 격차는 여전히 5%포인트에 달해 올해 금리가 한두 차례 인상돼도 엔화약세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일본이 ‘10년 불황’ 동안 발행한 막대한 국채 물량에 대한 이자부담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ㆍ달러 환율이 120엔선을 돌파하면 123엔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원ㆍ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 북핵 변수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기도 어려워 원ㆍ엔 환율은 당분간 800원선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둔하지만 미국보다는 괜찮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증가세도 주춤할 것으로 보여 연말이면 엔화 약세 행진도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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