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이 우리나라만큼 다양하고 풍부하게 돼 있는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잘 구성돼 있다. 정보화 시대에 걸 맞는 온라인 서비스, 정보제공, 맞춤형지원, 성장단계에 따른 지원, 지원분야에 따른 지원, 연구개발 지원 등 사실 더 이상 생각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러한 정책들을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보기위해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방 중소기업 CEO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절차가 아직도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 정책이 있음에도 정보가 부족해 활용 못한다는 지적, 제도의 잦은 변경에 대한 지적, 산학연에 대한 문제점 지적 등이다.

봇물 터지듯 쏟아진 의견들

우선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에는 지원 받기까지의 절차 뿐 아니고 지원 받은 후의 과정 보고, 결과 보고 등 사후관리에 필요한 서류 요구 등도 포함한다. 과거에도 서류의 중복요구, 지원 받기위한 자격요건으로 필요한 각종 인증 요구 등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으나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원단계별, 지원주체별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지원의 투명성을 높이고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과도한 모니터링은 중소기업 지원의 본질적인 목적을 훼손할 수 있고, 감시를 위한 감시, 담당자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들은 재직자에 대한 교육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실시한 교육훈련에 대해 고용보험 환급신청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은데 이것도 복잡한 절차로 인해 발생하는 역효과라 할 수 있다.
지원기관에 감시할 수 있는 인원은 적고, 시스템도 구축이 안 돼 있으니 그 결과가 수혜자에게 과도한 서류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원 받아야 될 기업은 아예 포기하고 유망하지 않으나 서류는 잘 꾸미는 기업들이 혜택을 받는 ‘역선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감시를 위한 감시’는 필히 개선돼야 한다.
‘Spi 1357(중소기업 맞춤형 정책정보 시스템)’이 가동 중에 있지만 아직은 활용이 미흡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CEO들이 이러한 시스템이 있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고, 아는 분들도 그리 자주 활용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홍보가 부족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도리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구인·구직에 대한 정보를 여러 부처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실상 이를 활용하려면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개인·기업에 대한 정보는 너무 빈약하다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참 어려운 얘기지만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정책 정보가 제공돼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정보제공 필요

벤처기업제도, 기술혁신형기업 인증, 경영혁신형 기업 인증 등에 대해서도 CEO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증을 받아도 기업경영에 큰 차이를 못 느끼고, 도대체 일관된 정책을 못 펴고 비슷한 제도를 중복되게 운영해서 기업경영을 도리어 왜 복잡하게 만드느냐는 불평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있는 제도를 갈고 닦아서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산학연 연구개발사업, 산학연을 통한 인력양성사업 등에 대해서도 많은 CEO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효과를 보았다고 한 분이 몇 분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은 연구개발과제를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대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에 비해 대학은 연구 속도가 느리고, 능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현실성이 없는 연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학의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술개발이 우리나라의 향후 성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때 이에 대한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
바쁘신 분들을 모시고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실로 허심탄회하게 CEO들의 의견을 듣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참석해서 좋은 의견을 주신 CEO들게 이 지면을 통해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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